`배심원 설득했지만, 소비자 설득에는 실패했다`

`미국 보호주의에 대한 반발인가`

설문결과는 애플에는 매우 부정적이다. 소송에서 이겼음에도 소비자 외면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다르다. 미국 배심원 평결 결과는 나빴다. 1조원이 넘는 막대한 부담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오히려 `지지`를 표했다. 시장 확대에 `호재(好材)`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애플빠`도 외면할까=설문 결과를 요약하면 `미국 평결 내용이 불공평하고, 그래서 애플 신뢰도가 하락했다`로 정리된다. 확대 해석하면 애플이 배심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지만 소비자가 동조할지는 의문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평결이 나온 직후 특허 업계는 상당 부분 `인정`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평결이 우리 기업이 그동안 특허를 너무 등한시한 결과물이라는 시각이다. 일부 전문가는 평결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바뀌었다. 바운스백 기술(화면 마지막에 튕겨 올라와 마지막임을 알려주는 기술)은 인정하지만 디자인 부분은 과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 조사에서 20·30대의 반애플 정서가 중장년층과 유사하게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애플에 대한 높은 신뢰도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김동호 오픈서베이 대표는 “20·30대는 특허·디자인에 관심이 많은 계층이어서 의외로 보인다”며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던 스티브 잡스 전 CEO 사망 등과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제3국에도 반애플 정서 나타날까=미국 법원 평결 후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과연 다른 나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지다. 이 설문조사에서 알 수 있듯이 반애플 정서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에서의 결정으로 자국 보호주의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면 그 여파는 상당할 것으로 파악된다. 박대식 한경연 부원장은 “선진국이 후발개도국을 견제하는 방식이 과거에는 반덤핑이었고 이후에는 특허”라며 “여기엔 자국 기업이 추격을 당하고 있다는 불안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서주원 이디리서치 사장도 “유럽 등 다른 나라는 제3자 시각에서 보기 때문에 다른 판결 내용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 특허 수준 높여야=삼성 애플 특허 소송전은 국민에게 특허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소송전에 대해 `들어봤다`는 응답이 97.4%에 달했다. 특허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의 계기가 됐느냐는 질문에도 3명 중 2명(66.6%)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국민 대다수가 특허를 다시 본 셈이다. 우리나라 특허 경쟁력 수준에 대해 `중진국·개발도상국`이라는 답변이 55.2%로 `선진국`(25.4%)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우리나라 특허경쟁력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도 `그렇다`는 답변이 87.8%에 달했다. 김길해 피앤아이비 이사는 “우리나라는 특허 등 지식재산(IP)에 대한 관심은 높았지만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았다”며 “이번 특허소송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중요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배·정진욱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