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애플의 팀 쿡 등 양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최근 IT업계 최대 이슈인 특허소송과 관련해 막후 대화를 한 것으로 30일(현지시간)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의 배심원 평결이 애플의 일방적인 승리로 드러나면서 구글이 애플과 화해를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IT업계 내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인 삼성전자와 애플 간 2차 소송, 즉 `갤럭시넥서스`에 대해 애플이 제기한 특허침해소송과 관련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IT업계에서는 지난주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에서 거액의 배상평결이 나오면서 대부분 여론이 이 부분에 집중하고 있지만 내년에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갤럭시넥서스와 관련된 소송이 실제로 구글과 애플간 피할 수 없는 대전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비록 애플이 기기제조업체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소송의 핵심 쟁점이 모두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지적재산권 전문가인 플로리언 뮐러도 “이번 거액 평결도 중요하지만 애플이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송은 지난 2월 제기된 갤럭시넥서스와 관련된 소송”이라며 “이번 평결의 여세를 몰아 다음 소송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지난 2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갤럭시넥서스가 ▲음성인식 `시리(Siri)`와 통합검색 ▲밀어서 잠금 해제 ▲문자입력시 자동수정 ▲데이터 태핑(문서에 포함된 이메일이나 전화번호를 터치하면 자동으로 연결되는 기술) 등 사용자인터페이스(UI) 등과 관련된 특허 8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이 특허들은 모두 안드로이드 OS와 관련된 것들이어서 소송 당사자가 삼성전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구글로 보는 게 맞다는 것. 다만 구글이 안드로이드OS를 무료로 배포하고 있어 피해산정 등에 어려움이 있어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 기기업체인 삼성전자와 대만의 HTC를 상대로 제소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HTC의 입장에서는 구글이 안드로이드 내 애플 특허를 우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줄 때까지 `직접 할 수 있는 게 없는` 다소 억울한(?) 입장이다.
구글이 삼성전자-애플 소송에 대한 평결 직후 “이번에 문제된 특허는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 핵심 기능과 무관하다”고 밝힌 것도 갤럭시넥서스와 관련된 소송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해석도 있다.
로이터와 씨넷도 이번 대화사실을 보도하면서 구글 안드로이드OS의 기본 기능과 관련된 분쟁을 종식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애플은 앞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HT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데이터 태핑 특허를 침해했다는 승소판결을 받았으며 갤럭시 넥서스 가처분 소송에서는 시리와 통합검색 관련 특허를 침해됐다는 법원의 결정을 받아낸 것.
따라서 구글은 갤럭시 넥서스 관련 본안소송에서도 유사한 판결이 나올 수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해 애플과 협상을 시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한편 애플과 구글과의 대화 시작은 삼성전자의 입장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어떤 형식이로든 합의가 이뤄지면 그만큼 갤럭시 넥서스와 관련된 특허소송의 부담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애플과 구글이 비록 특정사안을 놓고 대화를 하는 것이지만 합의가 이뤄지면 애플이 안드로이드진영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제기하려던 소송을 자제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 급격하게 확대되는 특허전쟁을 종식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애플과 구글 양측 모두 아직 양사 CEO간 대화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이들의 다음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