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옥황상제가 산책하다 대한민국을 내려다봤다. 국민들이 나름 열심히 살려고 버둥거리는 게 안쓰러워 과학 분야 천재 세 명을 파견해주기로 했다. 세계 최고의 지능 지수를 가졌다는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에디슨과 뉴턴을 선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나 아이러니했다. 아인슈타인은 영어와 내신 성적 때문에 대학을 못 갔다. 고졸 출신이어서 취직도 잘 안돼 중국집 철가방을 들고 다녔다. 에디슨은 난해한 각종 규제와 급행료에 발목이 잡혀 보따리 장사로 전락했다. 뉴턴은 학계 시기와 질투를 이겨내지 못하고 강남에서 학원 강사로 뛰고 있었다. 한동안 온라인에 떠돌던 과학기술계 우스갯소리지만, 이 내용에 공감하며 자괴감을 느낀 과학기술인이 상당했다. 우리나라 과학과 교육 시스템, 거버넌스의 현실이 이렇다.
지난달 대전에서 세계 상온 핵융합 전문가가 대거 참여하는 국제콘퍼런스 행사가 열렸다. 가까스로 행사는 꾸렸지만 이 행사를 유치했던 조직위원장(박선원 KAIST 교수)은 예산 확보 때문에 엄청 애를 먹었다. 박 위원장은 아는 사람을 모두 다 찾아다니며 손을 벌려야만 했다.
물론 상온 핵융합이라는 것은 영화 `백투더퓨처3`에나 나오는, 정통 과학자들이 봤을 때 조금 황당한 이론이다. 하지만 실제로 구현되기에 꾸준한 투자와 규명 노력이 분명히 필요한 분야다. 성공하면 `제2의 에너지 혁명`이 일어날 것은 자명하다. 연구과제는 논리적인 기반으로 구성되어야만 한다고 보지 않는다. 과거에는 규명되지 않아 비과학인 것으로 취급되거나 잘못 정리된 것으로 판정받은 과학 이론이 뒤집어진 사례도 부지기수다.
미국은 외계 생명체를 찾을 화성 탐사용 로봇 `큐리오시티`에만 무려 3조원을 쏟아부었다. 대덕 정부출연연구기관 20곳이 1년 먹고살 예산이다. 화성에 생명체가 있건 없건 당장 미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는다. 그럼에도 미국은 달에 이어 화성에까지 로봇을 보냈다. 돈이 남아돌아 이러는 것일까. 누구나, 무슨 과제가 됐든 과학기술자가 원한다면 충분한 예산은 아니어도 기본 예산은 배정해주고 결과를 기다려야 할 때가 됐다는 얘기다. 상온 핵융합을 비롯해 아크방전, 반중력, 무한동력, 상온 초전도, 금성 외계인 존재설, 달 공동설, 우주인 닐 암스트롱의 달에서의 외계인 목격설 등 비록 정통 과학 얘기는 아니지만 연구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내년 과학기술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은 17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기초·원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0.6%포인트 늘어난 50.9%가 될 전망이다. 9조원 가까운 예산이다. 하지만 상온 핵융합 같은 과학기술계 저변을 넓히는 데 쓰일 예산은 단 한 푼도 없다. 무슨 주제든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이란 본래 없다.
박희범 전국취재 부장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