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마킹(benchmarking)은 자신보다 앞선 누군가의 장점을 따라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다. 기업도 특정 분야에서 우수한 상대나 제품을 표적으로 삼아 자신과의 성과 차이를 비교해 뛰어난 운영 프로세스를 배우는 경영기법을 활용한다.
벤치마킹은 원래 토목 분야에서 쓰인 말이다. 강물 등의 높낮이를 측정하기 위해 설치된 기준점을 벤치마크(benchmark)라고 불렀다. 그것을 세우거나 활용하는 일을 벤치마킹이라고 했다. 벤치마킹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에 비유되기도 한다. 사자성어 `타산지석(他山之石)`도 남의 것을 보고 이를 참고해 자신을 발전시킨다는 뜻이어서 유사한 표현이다.
우리나라 기술 산업도 많은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면서 성장했다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우리보다 앞선 기술을 가진 기업의 전략을 따라해보기도 했다. 인기 제품을 우리 상황에 맞게 만들어보면서 우리 경쟁력도 높였다.
상황이 변했다. 세계 기술 산업에서 우리나라 기업은 이미 최상단에 있다. 벤치마킹할 대상자는 크게 줄어든 반면에 우리 기업의 기술과 제품을 연구하는 이들은 많아졌다.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 즉 퍼스트 무버 전략이 중요해졌다.
독일에서 지난주 개막한 `IFA2012` 현장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벤치마킹은 없다. 우리 방식대로 우리만의 전략을 펼치겠다”고 했다. 퍼스트 무버 자리에서 시장을 이끌어가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벤치마킹을 열심히 하면 빨리 목표치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대적으로 창의성은 떨어지기 쉽다.
물론 가장 앞서 나가는 자는 불편함이 많다. 뒤를 따라가며 앞선 사람과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만 방향을 스스로 개척하려면 보다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 일 처리 접근법부터 달라져야 한다. 삼성을 벤치마킹하려는 이들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추격자를 따돌리면서 미래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과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
김승규 전자산업부 차장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