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집중진단]모바일 투표 무엇이 문제인가(1)모바일의 명과 암

정치권에서 모바일 투표를 도입한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4월 총선에서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이후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모바일 투표에서도 불공정성 논란을 재연했다. 논란의 핵심은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과 안전성이다. 시스템 문제가 아니라 운영상 문제라는 얘기다. 국민의 직접 참여를 유도할 도구가 오히려 논란의 핵으로 떠오른 정치의 계절을 맞아 3회에 걸쳐 무엇이 문제며, 개선책은 없는지 살펴본다.

모바일 투표는 전화를 받고 안내멘트에 따라 번호를 누르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투표자가 직접 투표소로 갈 필요가 없어 선거비용을 낮출 수 있고 선거인단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해 당심과 민심의 차이를 최소화할 수 있고 국민 관심을 높여 바람몰이를 할 수 있다.

민주당이 의욕적이다. 이미 6·9 전당대회와 총선 후보자 경선때 모바일 투표를 실시했다. 대선 경선 모바일 투표도 선거인단이 자동응답전화(ARS)를 받아 안내에 따라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잡음이 생겼다. 후보 이름을 다 들은 후에 투표해야 유효하도록 설정돼 먼저 이름이 불려진 후보들이 자신의 표가 대량으로 무효표가 됐다며 경선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31일 모바일 투표에선 시스템 업체의 실수로 투표자 주민번호 본인인증 절차가 빠졌다. 투표시작 시간인 10시부터 8분간 투표한 450명의 투표값이 날아가 논란을 빚었다.

이 때문에 모바일 투표 무용론이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모바일 투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리투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장 투표가 아니라 휴대폰을 이용해 투표해 본인이 했는지 다른 사람이 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타인의 명의를 빌려 선거인단에 접수하고 투표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비밀투표 원칙 위배 주장도 있다. 주민번호를 입력한 후 투표하므로 서버에 개인별 투표기록이 남는다. 아주 중요한 사안일 경우 유권자가 투표를 기피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노년층의 휴대폰 활용 능력이 현격히 떨어져 연령 분포 보정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일반적으로 노년층은 본인 명의가 아니라 자녀 이름으로 휴대폰을 개통하는 사례가 많아 투표하고 싶어도 참여 자체가 봉쇄된다. 상대당 지지자들이 자기 당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유력 후보자를 떨어뜨리려고 선거인단에 등록하는 이른바 `역선택`도 가능하다. 새누리당은 이를 우려해 모바일투표 도입을 반대했다.

그래도 모바일 투표의 장점은 이러한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당장 문제는 시스템 오류보다 운용상의 문제라는 점에서 개선 여지가 있다. 점점 낮아지는 투표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모바일 투표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봉환 우리리서치 실장은 “현장 투표가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투표율이 높지 않고 비용부담이 크다”며 “당원과 일반 시민을 구분하지 않는 완전 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을 도입한다면 모바일 투표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