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샤프 "어쩌나"…지분 매각 지연, 자금난 확대, 생산 차질

일본 대표 전자업체 샤프가 또다시 위기에 몰렸다. 악화된 경영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추진해온 지분 매각이 가격 재협상으로 지지부진해진데다 구조조정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최대 반전 카드로 준비해온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용 디스플레이도 양산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진퇴양난 상태다.

2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주요 신문에 따르면 샤프는 지분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대만 혼하이와의 협상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쿠다 타카시 샤프 사장은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혼하이와 지분 매각 협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타카시 사장에 따르면 샤프측에서 혼하이에 주당 매입 가격 인하를 먼저 제안하면서 빠른 지분 매각을 희망하고 있으나 계속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주당 가격을 낮춰주는 대신 사카이공장에 이어 멕시코와 중국 등 해외 TV공장도 혼하이측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샤프 주가가 연일 하락하면서 혼하이측이 주당 매입 가격을 낮춰 샤프 지분 인수 비중을 당초 9.9%에서 20%로 늘릴 것으로 예상해왔다. 하지만 협상이 예상보다 계속 늦어지면서 지분 매각이 불발로 그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분 매각 자금을 구조조정에 투입, 경영 안정화를 계획했던 샤프 입장에서는 애가 타는 상황이다. 올해 들어 실적이 계속 하락해 현재 자금 여력이 거의 바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샤프는 지난해 3분기에 사상 최대인 3760억엔 적자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3분기도 2500억엔 적자가 예상된다. 타카시 사장은 “현재 샤프는 자금 압박이 심각해 은행 차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털어놨다. 샤프는 최근 은행권으로부터 1500억엔(약 2조1700억원)을 긴급 수혈받기로 했다.

샤프가 야심차게 준비해온 애플 차세대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샤프가 패널 대량 생산을 시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양산 적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샤프 고유의 인셀 방식이 발목을 잡았다. 현재 수율 문제로 아직까지 양산 전환을 못했으며 앞으로도 그 시기가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31일 샤프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인 BB+로 강등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