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K-Tech` 프리미엄

공상과학(SF) 영화의 전설 `백 투 더 퓨처`. 1985년을 기준으로 과거·현재·미래를 오간 이 영화엔 1855년에서 2015년까지 생활 속 첨단기술 트렌드가 사실적으로 녹아 있다. 이런 장면이 나온다. 과거에서 돌아온 괴짜 브라운 박사와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의 대화다. 브라운 박사가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는 물건을 들어올리며 `조잡한 쓰레기`라고 말한다. 맥플라이는 `최고`라고 반박한다. 과거 조잡함의 대명사였던 일본 전자기술이 1980년대에 세계 최고로 각인됐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까지 `메이드 인 재팬`은 그 자체가 품질인증 마크였다. 회사명이 생소해도 그 제품의 제조국이 일본이라면 프리미엄이 붙던 시절이었다. 브랜드 이미지 각인 효과도 실로 막대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고도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한 축을 형성하는 힘이기도 하다.

`메이드 인 재팬` 기술이 세계를 풍미한 1980년대는 그들의 문화도 세계로 뻗어나가던 때다. 지금 케이팝(K-Pop)으로 대표되는 문화한류가 지구촌을 강타한다. 산업계 기술한류 시대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를 감지한 정부도 문화·기술 융합을 앞세워 새로운 `한국형(코리아스타일)` 만들기에 나섰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대한민국 기술한류의 대표브랜드로 `케이테크(K-Tech)`를 키워나가자고 제안했다. `KEIT가 세계 최고의 K-Tech 시대를 선도합니다(KEIT, Leading a state of the art K-Tech era)`라는 슬로건은 그 의지의 표현이다.

2012년 지금 우리 산업은 1980년대 일본 상황에 근접했다. 소니·파나소닉 등이 그랬듯이 삼성·LG 등 대기업 브랜드 힘이 크다. 세계 최고 유비쿼터스 환경도, 세계 각국의 벤치마킹 열풍도 모두 코리아 브랜드의 신뢰성을 확고히 하는 데 기여한다.

그러나 아직 1% 부족하다. 우리는 하이테크 최첨단 분야에서 1등을 만들어 왔지만 새로운 범주의 산업을 주도해 본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이다. 그 해법을 우리는 융합산업에서 찾는다. 이미 융합산업 분야에서 다양한 `코리아스타일` 첨단 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으며 시장도 창출했다. 기술한류 `K-Tech`의 출발선은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바로 이 융합산업 분야다. 물론 정보기술(IT) 융합이 얼굴이다. 세계가 인정한 기술을 앞세워 다양한 전통산업 분야와 새로운 개념의 융합형 기술을 창조함으로써 K-Tech 시대 도래를 앞당길 수 있다.

`세계 속 코리아`를 넘어 `세계를 움직이는 코리아`로 도약한 지금의 기술한국 이미지를 체계화한다면 기술한류의 미래는 밝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그리고 전자신문이 `K-Tech`에 주목하는 이유다.

심규호 전자산업부장 khs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