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사형제도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내려지는 사형. 기원전 18세기 실정법 함무라비 법전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사상에 입각해 해당 범죄를 30여개로 규정했다. 구약성서에도 당시 율법에 따라 사형으로 범죄를 응징하는 사례가 많았고, 고조선 8조법에도 `사람을 살해한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조항이 있다. 근세 들어서는 영국에서 1500∼1550년에 7만명 이상이 사형을 당했다.

근대 형법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탈리아 베카리아는 그의 저서 `범죄와 형벌`에서 최초로 사형제 폐지를 주장했다. 이후 서구 사회는 치열한 논쟁을 거친다. 사형제 폐지가 세계적 관심을 끈 것은 1961년 국제엠네스티 출범과 1977년 12월 국제사면위원회가 사형에 무조건 반대한다는 `스톡홀롬 선언`을 발표한 이후다. 120여 국가가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했거나 법률상 실질적으로 폐지했다.

우리나라도 사형제 폐지 논의를 펼쳤지만 헌법재판소가 5 대 4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만 10년 이상 사형 집행이 없어 국제인권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비공식적으로 사형제 폐지 국가다. 우리나라는 1949년 7월 14일 살인죄로 사형을 집행한 뒤 1997년 12월 30일까지 모두 920명에게 사형을 집행했다. 지금 사형 대기 기결수는 60명 안팎이다.

요즘 아동 관련 성범죄 등이 빈발하자 사형제도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법적 처벌 수위가 낮아 강력 범죄가 증가한다는 여론이 들끓는다. 그렇지만 사형제와 범죄 예방의 인과관계가 적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아동 관련 범죄, 특히 성범죄를 근절해야 한다. 그 어린이와 가족이 평생 짊어질 마음의 상처(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울러 사회 전반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결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성범죄자가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한 구조적인 문제도 분명 있다. 아동 음란물 소지에 중형을 내리는 것이 이 같은 문제 해결의 한 수단이 됐으면 한다.

홍기범 전자산업부 차장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