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돈의 인사이트]당신의 소통지수는?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한양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장을 찾았다. 박 후보는 박람회장에서 취업 상담 중인 학생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거는 등 대화를 나눴다. 학생들은 “취업이 너무 어렵다”며 고충을 토로했고, 박 후보는 “스펙 없이도 열정과 잠재력만으로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스펙초월 취업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학생의 애로와 고충에 귀를 기울이고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청년들과 직접 소통했다. 이유는 뻔하다. 자신의 취약지대 중 하나인 20·30세대 젊은 표심을 잡기 위해서다.

[주상돈의 인사이트]당신의 소통지수는?

소통이 지닌 막강한 힘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젊은 유권자는 생활 현장과 스마트폰, 페이스북 등을 이용해 제대로 소통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다양한 채널로 진솔하게 소통하는 후보자가 지지층을 빠르게 늘려나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올 연말에 치러질 대통령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확성기와 유인물을 이용한 정치적 유세만으로는 더 이상 어렵다는 얘기다. 이젠 국민과의 소통에서 뒤처지면 실제 선거에서도 100% 진다.

정치만 그럴까. 기업 비즈니스에도 고객과 직원 간 소통이 생명이다.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사람이 없으면 그 회사는 곧 망한다. 사업 아이템이 아무리 좋아도 고객과 소통하지 못하면 결국 문을 닫는다.

한 엔젤 투자자는 스타트업 CEO에게 “우리조차 설득하지 못한다면 당신 회사가 고객이나 직원과 효율적으로 소통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소통협회가 우리나라 334개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소통 경쟁력 수준`을 평가했다. 올해 인터넷소통지수는 평균 58.8점으로 지난해(56.1점)보다 소폭 상승했다. 소셜소통지수 평균 역시 58.5점으로 지난해(55.4점)보다 3.1점 올랐다. 국내에도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주요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꾸준한 노력과 상대방의 마음을 파고드는 감성, 그리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가진 기업은 소통 경쟁력도 높았다. SK텔레콤·삼성전자·IBK기업은행·이트레이드증권 등 소통 경쟁력이 우수한 기관을 보면 역시 잘나가는 기업들이다. 반대로 경영진 관심이 부족하거나 단기 성과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인 기업은 어김없이 소통 지수가 낮았다.

결국 소통 문제도 조직 문화에 달렸다. 소통이 제대로 안 되는 분위기를 상상해 보자. 누군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쏟아내도 사람들은 각자 자기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 훨씬 좋다고 느낀다. 모두가 `왜 내 생각이 옳은지`를 주장하며 일방적인 설득과 지시만 이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떻게 될까. 사람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때부터 그 주장에 절대 `토`를 달지 않는다. 아무리 말해 봤자 상대방 생각이 바뀌지 않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 상대방이 CEO거나 리더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전지전능(全知全能)한 절대자의 훈계 속에 조용한 침묵만 흐른다. 이러다 보면 진정한 소통은 사라지고, 결국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소통이 부실하면 만사(萬事)가 꼬인다. 멀쩡한 회사가 문을 닫고, 잘나가던 정치인도 낙선한다. 조직에 소통의 장(場)이 닫히면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도 소용이 없다. 똑똑한 다수가 모여 멍청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만약 지금 사업이 어렵고 인생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외부 사람들과 연결된 소통지수부터 점검해 보자.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