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일본기업 인력 구조조정의 여파

일본이 대규모 인력시장으로 변했다. 소니와 샤프, NEC 등 주요 전자업체가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은 이후다. 올 들어 1만여명이 조기은퇴 형식으로 회사를 떠났다. 일본 업계 특성상 대부분 입사 때부터 한 직장에 종사해온 40대 베테랑이 주류다. 십수 년 경력을 갖춘 대기업 엘리트들이 인력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들을 중국계 기업이 노린다. 일본 기업 사냥에 이어 인력까지 흡수한다. 확보 인력 대부분을 중국 기업 일본 현지법인에 배치한다. 일본 시장 개척에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들을 앞세워 일본에서 굳어진 중국 브랜드의 싸구려 이미지를 바꿀 방침이다.

고객사 확보에도 이용한다. 중국 업체를 꺼리는 일본 대기업을 뚫는 데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할 계획이다. 신제품 개발에도 이들을 적극 투입한다. 중국 기업은 아예 그동안 기술력 부족으로 엄두를 못 냈던 첨단 제품을 이들의 노하우를 활용해 개발하는 한편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경험이 풍부한 일본 대기업 인력의 대규모 방출은 내수 시장을 벗어나 해외 시장을 노리는 중국 기업에는 목마를 때 만난 샘물이다. 반면에 경기 악화로 힘들어진 일본 기업은 인력 유출이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깊다. 그런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생존 여부가 발등에 떨어진 불이기 때문이다.

인식도 바뀌었다. 시장에 방출된 대기업 출신 인력 사이에서 “미래가 불투명한 일본 기업에 비해 중국 기업은 활기와 희망이 보인다”며 이직을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실시한 희망퇴직은 대부분 조기 마감됐다. 일본을 대표하는 `평생직장` 개념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인력이 빠져나가면 기술 유출로 이어지고 경쟁력도 급격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일본 기업은 기업의 `흥망성쇠` 과정에서 이제 `쇠` 단계에 접어든 게 아닌지 잔뜩 걱정한다.

서동규 국제부 차장 dk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