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락의 소셜&소통 경영]<19>소셜미디어와 소통하는 사람들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감정 노동자`라고 부른다. 항공사 승무원에서 백화점 판매직원, 전화번호 안내원, 비서업무 담당자까지 다양한 분야의 고객 상담원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자신이 처한 환경에 관계없이 속내를 감추고 항상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친구가 아닌 이상 나와 다른 사람 의견을 경청하고 상황에 맞게 설득하고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은 `고객은 왕이다`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제일 먼저 접하는 직원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마음을 열고, 닫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고객 접점에서 해당기업(관)을 대표해 소통하는 사람도 감정 노동자다. 개인화된 소셜 미디어는 감성 소통채널로 나와 다른 관점의 생각과 의견을 경청하는 도구다. 소셜미디어 운영이 커뮤니케이션 전반의 지식과 소통 능력을 요구하지만 불특정 다수의 고객과 진심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없으면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얼마 전 모항공사에서 벌어진 법정공방 해프닝도 결국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결과다. 손해는 고스란히 해당기업으로 귀속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실제 소셜미디어 담당자 대부분은 고객과 응대하면 마음이 상할 때가 많다. 소셜미디어로 고객 참여수가 빠르게 확장되면서 회사를 대신해 고객 불만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설득하고 갑론을박하고, 하고 싶은 말 보다는 듣기 싫지만 고객 의견이 다소 무리해도 수용해야 한다. 말보다 글로 상처 받는 경우 더 큰 상처를 받아 힘겹다는 의견이 많고 고객과 소통을 위해 일과 후에도 지속 응대하는 워커 홀릭 현상도 SNS 소통현장에서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소셜미디어 담당자도 감정 노동자다. 정량적인 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고객과 소통관련 분야에서 해당 기업(관) 경영에 일조하면서 경영층이 기대하는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 줘야 하는 남모르는 고충이 있다. 이중, 삼중 업무로 스트레스가 심한 직종임이 분명하다. 멀티플레이어로서 고객 접점에서 업무를 수행하지만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는 담당자는 항상 불안하다.

소셜 미디어 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해당 업무에 대한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이다. 사실 조직에서 홍보, 마케팅, CRM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은 녹록치 않다.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기업(관)을 대표해 소통하는 사람의 위치는 다른 업무에 비해 소위 업무 충성도는 떨어진다. 해당 업무가 좋아 천직으로 알고 오래 머물고 싶지만 조직에서 성장하기 위해서 언제든지 다른 업무로 떠나고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인터넷소통협회가 고객 평가를 통해 소통경쟁력 수준을 조사한 결과 작년대비 높은 소통경쟁력을 유지한 기업(관)은 50%에 불과했다. 앞선 기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소통환경에 대한 변함없는 지원과 경영층 관심, 이를 기반으로 자긍심을 갖고 일하는 담당자 열정과 마인드로 밝혀졌다. 반면에 작년대비 고객과 소통 경쟁력이 저평가된 기업의 경우 아무런 지원과 관심 없이 실무자에게만 맡겨놓고 성과만을 강조한 나머지 담당자 대부분이 다른 부서로 옮기거나 이직 등의 현상을 보여 소통 경쟁력은 곧 담당자의 경쟁력과 무관치 않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인 캘럽사 회장과 그 손자가 저술한 “당신의 물통은 채워져 있습니까”라는 책이 있다. 책의 핵심은 물통과 국자이론이다. 우리는 저마다 물통과 국자를 가지고 있다. 칭찬과 격려는 자신의 국자로 상대방의 물통을 채워주는 일이고, 상대방 물통에 물을 채우는 일은 결국 자신의 물통에도 동일한 양의 물이 채워진다는 실험 결과와 통계학에 기초한 이론이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지속가능한 힘을 발휘하는 원천은 고객이다. 소셜 미디어 담당자 물통에 칭찬과 격려의 작은 물방울로 채워주면 기업(관)의 물통에는 고객으로부터 칭찬받는 큰 물방울로 채워진다. 기(氣)를 살려야 한다.

한국인터넷소통협회 부회장·아이코아컨설팅 대표(ceo@kicoa.or.kr)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