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현 정부가 남은 임기에 IT강국을 위해 시급히 할 일](https://img.etnews.com/photonews/1209/327587_20120907191858_802_0001.jpg)
흔히 사람들은 정권 말이 되면 정부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단정한다. 그러나 과거 경험을 보면 정보기술(IT) 분야의 중요한 정책은 정권 5년차에 만들어졌다.
김영삼 정부 말에 제정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법`은 김대중 정부 이후 정보화에 크게 기여했다. 김대중 정부 5년차에 마무리한 전자정부 11대 사업의 성공적 추진도 노무현 정부 정보화 정책의 초석이 됐다. 노무현 대통령 말기에 마련한 `IPTV법`과 `방송통신위원회법안`은 이명박 정부의 정보화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거 정부들이 정권 말 레임덕을 무릅쓰고 정보화의 기틀이 되는 법제와 사업을 추진한 것은 우리나라 정보화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현 정부도 `IT 강국 구축`을 위해, 다음 정부의 정보화를 위해 당장 해야 할 일이 있다. 스마트 시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대를 맞아 빅데이터 중심의 정보화 정책이 집행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애플이 스마트폰에 하드웨어와 콘텐츠를 융합해 `하드웨어 중심적인 IT 정책`을 추구한 정부와 기업을 위기에 몰아넣었다. 다행히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개방형 콘텐츠 개발 전략 덕택에 국내 기업은 당장의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무시하는 기존 IT 정책을 고수하면 언제 다시 콘텐츠로 무장한 외국 기업이 자신만의 하드웨어와 융합을 선언할지 모른다. 이것은 우리를 대단히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것이다.
정부가 중심이 돼 잘 관리한 공공 데이터는 창의적인 앱 개발을 이끌어 전자정부 서비스를 한 차원 끌어올리고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 개발을 촉진할 것이다. 또 청년에게 일자리를 주고 삶의 질과 융합 시대 국가 경쟁력을 높일 것이다. 정부가 중심이 돼 데이터와 콘텐츠 중심의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당장 정부는 `공공정보의 공동 활용`을 가능하게 하는 입법화에 나서야 한다.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콘텐츠 제작자가 쉽게 공공정보를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 대책도 만들어야 한다.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을 준비하고, 각 부처의 임무와 공무원의 책무도 정리해야 한다.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그동안 부처 권한 내에서 이들 작업을 조용히 추진해 왔다. 김을동 국회의원도 18대에 이어 19대에서도 `공공정보의 공동 활용을 위한 법률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했다. IT 컨트롤 타워가 없기 때문에 특정 부처가 여러 부처에 관련된 사항의 입법화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부처끼리 서로 미루다가 의원입법으로 가닥이 잡혔을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법안의 속성상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했어야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이미 국회에 제출된 `공공정보 활용을 위한 법률안` 심의에 적극 참여해 현 정부 안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또 저작권법 등의 개정안도 조속히 처리해 다음 정부가 창의적인 콘텐츠 진흥 정책을 바로 추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급변하는 IT 환경에서 화살처럼 빨리 변하는 현실과 너무 느린 입법의 격차를 줄이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현 정부가 입법 활동으로 해가 가기 전에 데이터 중심, 콘텐츠 중심으로 정보화 전략의 기틀을 마련하면 다음 정부에 소중한 2년 정도의 시간을 벌어주는 셈이 된다. 차기 정부에 `좋은 제도`를 남겨준 과거 정부들의 `아름다운 전통`을 현 정부도 이어가길 바란다.
안문석 고려대 명예교수 ahnms@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