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0주년 특집-제조기술 한류]기술한류 우리가 만든다

싸이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유튜브 조회건수도 1억건을 돌파, 어디까지 갈지 짐작도 안된다. 지난 8일자 빌보드 순위에서는 `소셜 50 차트` 부문 1위도 차지했다. 저스틴 비버 소속사와 계약도 했다. 가히 한류의 정점이다.

한류 초기 1970~198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도 컸지만 한류는 우리만의 독특한 정서를 입혀 더 크게 뻗어갔다.

한 때 외국문화의 범람을 우려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최근 문화 한류 못지않게 한국 상품과 기술에 대한 세계의 관심과 평가도 크게 변했다. 이른바 `기술 한류`다.

작년 12월 한국은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전쟁의 폐허에서 60여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우리나라 주력 산업 상당수는 이미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지식경제부가 파악한 올해 1분기 기준 우리나라 주요 업종의 위상에 따르면 조선과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은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반도체(3위), 석유화학(5위), 자동차(5위) 등도 수준 이상의 반열에 올랐다. 철강(6위), 섬유(8위), 기계(8위) 등의 선전도 눈에 띈다.

특히 디스플레이(대형 LCD기준)는 매출액 기준 55.8%에 달하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고, 조선도 수주량 기준으로 44.9%를 점유했다. 29.4%의 출하량을 기록한 휴대폰이나 반도체(13.6%), 철강(4.6%), 석유화학(5.2%)도 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정부가 차세대 먹거리 창출을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신성장동력 정책의 성과도 눈부시다.

지난 3년간 녹색기술, 첨단융합을 통해 생산 432조원, 설비투자 37조원, 수출 561억달러를 창출했다. 녹색기술 분야에서는 리튬 이차전지가 세계시장 1위를 차지했고, LED는 4년 만에 매출이 5배로 늘었다. 세계 2위 LED소자 국가로 부상했다.

최근 미국 컨설팅 회사 체턴샤르마컨설팅이 미국 특허상표청(USPTO)과 유럽특허청(EPO)에 등록된 특허를 조사해 발표한 `모바일 특허 지형(Mobile Patents Landscape)`에 따르면 삼성전자 모바일 특허 수가 노키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출원된 것만 따지면 삼성전자가 1위다. SK텔레콤(통신사업자 부문 9위)과 LG(기반구조·OEM 분야 각 8위) 등 다른 국내 기업들도 10위권 내에 들었다. 순위권에 이름을 올린 IBM, 소니, 알카텔루슨트, 마이크로소프트, 퀄컴 등은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가진 애플조차 10위권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전쟁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이들 간 특허 소송에 대한 재판 과정과 결과는 실시간으로 세계적 뉴스가 된다. 삼성전자가 최고 기업 반열에 올랐다는 반증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은 물론이고 모토로라, 노키아 등 세계 주요 기업과 경쟁상대로 언급조차 힘들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세계는 우리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인정한다. 주력산업 대기업뿐 아니라 첨단 기술로 무장한 다양한 분야와 기업의 해외 진출도 눈에 띈다. 한국형 원전수출이나 에너지기업이나 종합상사의 대규모 해외 자원개발, 로봇·가전 및 소재부품과 장비분야 강소기업들의 세계시장 공략도 급증하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한국에서 통하면 세계서 통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융합 트렌드는 이런 기술한류에 한층 추진력을 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융합 패러다임으로의 변화는 우리 노력에 따라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하거나 앞설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IT기술과 제조 경쟁력, 뛰어난 서비스산업을 갖췄다. 여기에 우리의 독창적 감성을 조화시키면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과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조선, 항공, 섬유, 차량, 건설, 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IT융합을 통한 차별화와 부가가치 창출 성공사례도 만들었다. SAN을 탑재한 선박 110척 수주나 항공 임베디드 시스템을 탑재한 T-50 인도네시아 수출 등은 기술 한류의 더 큰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4세대 이동통신(LTE, 와이브로), 조선(선박계류장치), 네트워크(무선센서), 로봇(안전 및 성능표준) 분야 등의 국내 첨단기술이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성공도 현실에 안주해 미래방향을 잘못 설정하거나 개혁과 변화의 고삐를 늦추면 `하룻밤 꿈`에 그칠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무역 1조달러 클럽에 가입한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우리와 주력산업이 대부분 겹치는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술 강국의 집중 견제도 심해진다.

한국이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고 선진국을 앞질러 세계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무장된 독창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World best)뿐 아니라 세계 최초(World first) 기술을 탄생시켜야 한다. 창의성을 바탕으로 선도자(First Mover)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은 “이제 우리나라는 패스트 팔로에서 벗어나 퍼스트 무버로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며 “성공적인 변신은 케이팝(K-Pop)이 세계로 확산된 것처럼 케이테크(K-tech) 즉, 기술한류도 세계로 뻗어가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나라 주요 업종 위상(세계 순위)

*자료: 지식경제부

[창간 30주년 특집-제조기술 한류]기술한류 우리가 만든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