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아니다 하이브리드 노트북이다

미국 CES와 함께 세계 양대 가전전시회로 꼽히는 `IFA 2012`가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습니다. 세계 1400여개 정보기술(IT)업체가 참가해 꿈의 TV로 불리는 OLED TV를 비롯해 생활가전·PC·오디오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습니다. 이 가운데 PC 분야에서 단연 시선을 모은 것은 이른바 `하이브리드 노트북`으로 불리는 제품이었습니다. 노트북PC처럼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스마트패드 같기도 한 제품인데요. 도대체 이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노트북? 아니다 하이브리드 노트북이다

Q:`하이브리드 노트북`이란 무엇인가요?

A:하이브리드 노트북은 노트북PC 스크린에 터치패드 방식을 구현한 제품을 일컫습니다. 터치 스크린만 별도로 놓고 보면 스마트패드와 같습니다. 우리나라 기업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니, 도시바, HP, 델 등이 IFA 2012에서 하이브리드 노트북을 선보였습니다.

하이브리드 노트북은 사전적으로 규정된 용어는 아닙니다. 알다시피 영어로 하이브리드(hybrid)는 잡종, 혼합물이란 뜻을 지녔는데요. 하이브리드 노트북은 말 그대로 노트북PC와 스마트패드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을 통칭하기 위해 쓰입니다. 또 다른 것과 결합된 노트북PC가 나와도 하이브리드 노트북으로 불릴 수 있겠죠. 이 때문에 IFA 2012에 참석한 해외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브리드 노트북을 노트북PC(랩탑)와 스마트패드(태블릿PC)가 결합했다는 의미에서 `탭톱` `탭북` 등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Q:하이브리드 노트북이 기존 노트북PC에 비해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스크린에 터치 방식을 적용해 스크린 자체를 또 하나의 컴퓨팅 기기처럼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우리가 그간 사용하던 노트북PC 스크린은 말 그대로 콘텐츠와 작업결과를 확인하는 `창`에 불과했습니다. 그저 무언가를 보여주는 공간이었죠.

하이브리드 노트북에서는 다릅니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에 손가락을 대고 여러 기능을 실행하는 것처럼 하이브리드 노트북 스크린에서도 다양한 작업이 가능합니다. 노트북 스크린에 손가락을 가져가는 것만으로 문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있고 동영상이나 사진을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러분이 좋아하는 게임도 즐길 수 있습니다.

스크린을 아예 분리해 들고 다닐 수 있는 하이브리드 노트북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스크린과 키보드를 결합해 일반 노트북PC처럼 사용하다가 외부에 나갈 때는 스크린만 떼어내는 거죠. 스크린이 순식간에 스마트패드로 변신합니다.

Q:하이브리드 노트북이 최근 부상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PC와 노트북PC용 운용체계(OS)로 가장 많이 쓰이는 `윈도`가 최근 하이브리드 노트북의 특징인 터치 스크린을 지원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윈도 개발사 MS는 최신 OS `윈도8`부터 터치 방식을 적용했습니다.

윈도8은 MS 특유의 타일형 메트로 사용자환경(UI)도 갖춰 터치 방식에 최적화됐습니다. MS는 윈도8과 함께 스마트폰용 OS `윈도폰8`도 내놓았습니다. MS는 새로운 두 OS를 앞세워 스마트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도 PC 시대 영광을 구현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MS는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 대중화 시대가 열린 이후 애플 `iOS`, 구글 `안드로이드`에 플랫폼 주도권을 넘겨줬습니다. MS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 윈도8입니다. IT기기 제조사는 윈도8을 기반으로 새로운 하이브리드 노트북을 내놓은 것이구요.

Q:하이브리드 노트북이 스마트 IT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사용자 환경 측면에서는 휴대성이 한 차원 더 좋아졌습니다. 그간 스마트패드 애용자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점은 키보드 기능입니다. 스마트패드는 키보드를 포함한 모든 기능을 터치 스크린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문서 작성이나 장시간 채팅을 해야할 때는 불편한 게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스마트패드 이용자가 별도로 무선 키보드를 구매해야했죠. 혹은 노트북PC와 스마트패드 두 가지를 모구 구입한 후 노트북PC는 집에서, 스마트패드는 밖에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이브리드 노트북은 고민을 해결해줍니다. 집에서는 노트북PC처럼 사용하고, 외출 시에는 터치 스크린을 스마트패드처럼 이용하면 됩니다. 분리형 제품은 밖에 나갈 때는 스크린만 떼어내 갖고 다니면 만사형통이죠.

산업계에도 새로운 수요 창출이 기대됩니다. 노트북PC는 스마트패드 확산 이후 적지 않은 시장을 잠식당했습니다. 노트북PC로서는 스마트패드를 수용하는 형태로 스마트패드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입니다. 아, 반대로 스마트패드가 노트북PC를 품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노트북PC와 스마트패드 간 경쟁에서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스마트패드 생존 전략` 박종일·정영호 지음. 에이콘출판 펴냄

스마트패드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서 시장 전망, 사용자 분석을 넘어 스마트패드 산업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성공요인까지 분석한 책이다. 스마트패드 생태계 활성화에 필요한 C-P-N-T(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단말) 비즈니스 트렌드도 담았다. 스마트패드 거대 수요처인 기업 도입 사례와 스마트패드 사용자 분석 내용 등도 소개됐다. 총 8개 장으로 구성됐다. 저자는 KT에서 아이패드를 비롯한 스마트패드 마케팅과 상품 기획 업무 등을 맡고 있다.

◇`훤희 보이는 스마트IT` 박종현·김문구·이지형 지음. 전자신문사 펴냄

`시대를 읽는 눈, 시장을 읽는 눈`이라는 테마 아래 스마트패드를 비롯해 스마트폰, 스마트 커머스, 스마트 자동차, 스마트 TV, 스마트 헬스 등 스마트 기술 전반을 소개했다. 스마트 IT 패러다임을 통해 기술·산업·기업·생태계와 관련된 비즈니스 전략을 바라봤다. 다양한 리서치 자료로 스마트 기기와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행동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국내 최고 정보기술(IT) 연구기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IT 패러다임을 연구하고 있는 전문 연구원들이 집필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