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 분야를 통합한 정부부처 신설안은 최근 일부 과기계를 중심으로 급부상한 거버넌스 안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과학기술 분야 강화에 의지를 나타내면서 과학기술 전담부처 부활이 기정사실화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여러 부처를 새로 설립하는 것보다 기능이 비슷한 부처를 통합하자는 논리에서 비롯됐다.
이 거버넌스 안은 현재 교육과학기술부의 과학기술 업무와 여러 부처에 산재된 ICT 관련 업무를 통합해 독임제 총괄부처를 신설하자는 것이 골자다. ICT정책의 핵심에는 기초과학기술의 진흥이 기반돼야 한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이런 통합부처 논의가 제기된 현실적인 배경은 과학기술 부처와 ICT 분야를 별도의 단위 부처 규모로 꾸릴 수 있는지의 문제 때문이다. 별도 조직으로 가면 장관급 규모의 직원을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다.
현 교육과학기술부 내에서 별도 규제기관으로 독립한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제외하면 최소 200명 이상의 인원을 가진 하나의 부처를 구성하기 쉽지 않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와 출연연 등을 결집해도 필요 규모는 크지 않다.
ICT 전담부처도 마찬가지다.
현재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문화관광부 등으로 분산된 기능을 모으지 않으면 방송통신위원회 중심의 독립 부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관할하는 문화부와 방통위를 합치자는 대안이 최근 부상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과기계에서는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를 제외한 나머지를 ICT 영역과 과학기술 분야를 합한다고 해도 정부부처를 위한 적정 규모가 나올지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단위 부처 규모 만들기라는 현실적인 고민 때문에 이질적인 부처가 탄생하는 것에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단순하게 정부부처의 통폐합을 통한 조직 효율성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ICT가 한국의 미래를 밝힐 분야라면 더욱 전문성을 강화하고, 집중하는 방향으로 거버넌스 개편의 고민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기와 ICT를 주요 국정과제로 채택한 뒤 이를 중심으로 관련 조직을 각각 통폐합하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과기계에서는 과학기술의 기본은 자율성이고 민간 주도가 대세라는 논리도 힘을 얻고 있다. 민간 주도는 산업체가 아닌 공무원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부처가 만들어지면서 부처 간 힘의 논리에 의해 조직이 구성되고 당초 기대했던 시너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