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170>`텅 빈 오만함`에서 `꽉 찬 겸손함`으로 내려가자!

쓰러지고 넘어져 봐야 비로소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말이다. 쓰러지고 넘어지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쓰러지고 넘어진 다음 다시 일어서지 않는 것이 실패다. 실패는 망각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대상이다. 잘 되는 방법만이 아니라 안 되는 방법까지 배워야 성공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안 되는 방법을 몸소 체험하면서 그것을 되는 방법으로 바꾼 사람들이다. 실패의 안쪽에는 성공의 불씨가 잠자고 있다.

대부분의 실패는 무의미하게 흘려보냈던 시간이 쌓였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시간의 복수극`이다. 최악의 상황은 최악의 습관에서 비롯되는 일이 많다. 어려울수록 겉으로 보이는 현상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양한 증상이나 징후에 대응하다 함께 침몰할 수 있다. 직장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흐름`이란 게 있다. 본질은 근본과 핵심이 내재되어 있는 본연의 가치다. 본질의 경제적 가치보다 본질이 내포하고 있는 본연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질은 나목(裸木)처럼 모두 버리고 나서 가벼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설 때에야 비로소 드러나는 법이다.

지혜는 이겨서 오를 때보다 패배하고 내려갈 때 비로소 얻어지는 법이다. 성공 체험은 자만과 오만함의 월계관을 씌워주지만 실패 체험은 냉정한 자기반성과 겸손함의 지혜를 가르쳐줄 때가 많다. 자연에 있는 모든 생명체도 쓰러지고 넘어지면서 생존 지혜를 터득해나간다. 쓰러지고 넘어질수록 자세를 낮추고 아래로 내려간다. 아래로 뻗은 뿌리의 깊이가 위로 성장하는 줄기나 가지의 높이를 결정한다. 잡초도 힘겨울수록 더욱 아래로 내려간다. 그래서 살아남는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아남고, 밟히는 순간조차 번식의 기회로 만든다.

잡초는 인간이 작위적으로 지은 이름일 뿐이다. 잡초가 인간에게 물어본다. 인간들이여, 나보다 강한가. 나는 인간들의 무자비한 농약 살포에도 불구하고 죽은 듯 다시 살아났다. 기계로 뿌리째 뽑아 갈아엎어도 어딘가에서 다시 꿈틀거리며 기회를 엿보다 다시 살아났다. 어려울 때일수록 먼저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기회에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