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플에서 `던전앤파이터2`라는 게임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오랜 시간 열심히 개발했는데 회사가 다른 곳에 인수되면서 프로젝트가 날아갔죠. 낙성대 근처 소고기집에서 저녁을 먹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창업하기 위해 필요한 게 돈·아이템·사람인데 사람을 구하기 가장 어렵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능력 있고 마음 맞는 사람이 제 옆에서 같이 술만 먹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창업을 제안했고 그 자리에서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날 소고기집 결의를 기념해 첫 게임 이름을 가칭 `프로젝트B`로 부릅니다. B는 소고기 `Beef`의 약자죠.(웃음)”(박성준 내거 대표)
위기는 기회다. 박 대표에게 그랬다. 대기발령 상태에서 창업 기회가 찾아왔다. 벤처동아리에서 창업을 준비했지만 회사 생활로 조금씩 꿈을 잊어가던 때였다. 하지만 회사가 인수되자 다시 창업 꿈이 꿈틀됐다. 주위를 둘러보니 곁에 있는 술 동무는 최고 파트너였다. 이렇게 시작한 `내거`는 첫 작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YD온라인과 코오롱인베스트먼트에서 10억원 투자를 유치하며 단숨에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부상했다.
첫 게임 출시 전에 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창업이 쉬울 리 만무했다. 2009년 창업을 위해 회사를 나오고 법인을 설립한 지난해 여름까지 2년간 창업준비와 학교, 아르바이트를 병행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번은 과외 학생이 선생님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어요. 사업가라고 말은 했지만 실체가 없었죠. 졸업하고 자취방에서 창업을 준비하는데 하루 종일 혼자 컴퓨터만 보고 있으니 말 한마디 하기도 어렵더라고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인 어려움, 육체적 한계가 함께 왔던 시기였어요.”
같은 기간 팀원은 회사 생활과 창업 준비를 함께 했다. 준비가 된 후에 도전에 나서자는 전략이었지만 회사 일로 창업 준비에 속도를 내기 힘들었다. 준비가 오래 걸리자 월급 없이 굶어도 좋으니 다 그만두고 올인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박 대표 생각은 달랐다. 돈 없는 벤처는 망할 수밖에 없다는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2004년, 모바일 게임으로 창업한 적이 있었어요. 그땐 3개월이면 게임 만드니 월급 없이 버티기로 했었죠. 그러다 3개월이 6개월 되면서 팀이 붕괴되기 시작했어요. 돈이 급해 게임 판권을 선판매해 버티고 또 다른 게임 만들기를 반복했죠. 게임이 대박 나도 판권을 넘긴 후라 저희에게 돌아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죠. 그때 `의지는 길어야 6개월`이란 걸 배웠습니다.”
철저한 준비 끝에 내년 초 출시 예정인 `프로젝트B`(가칭)는 검투사가 주인공인 대전 액션게임이다. 국내 기준 동시접속 10만명이 목표다. 박 대표는 “우리를 벤치마킹한 게임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모방작이 많을수록 성공했다는 증거니까요. 장기적으로 내거는 돈 많이 버는 작은 회사를 표방합니다. 정도를 걷는 바른 사람들이 모여 구성원 모두가 핵심이 되는 작고 강한 회사로 발전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재우 어썸피스 대표 추천의 변(辯)=“내년 초 나올 게임을 3년 동안 준비한 걸로 알고 있어요. 투자 받기 전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 박성준 대표 특유의 근성으로 돌파하는 모습을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발 능력이 검증된 사람들이 모여 오랜 시간 준비한 게임 역시 기대됩니다.”
[표]내거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