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이른바 `우문현답`이 요즘 대세다.
대선 후보는 말할 것도 없이 정부부처, 지자체, 연구기관, 기업 모두 현장에 달려가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우문현답을 실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이념, 계층, 지역, 세대를 뛰어넘는 광폭 행보 역시 현장 소통으로 국민 대통합이라는 답을 찾는 포석이라고 정치 전문가는 본다.
기업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관장들도 동참했다. 최근 이태희 고용노동부 인력수급정책관은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시간만 되면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한국무역협회장에 취임한 한덕수 회장은 평소 철학인 우문현답으로 무협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지자체도 우문현답에 발 벗고 나섰다. 충북 증평군은 지난 6월 공직자 우문현답 포럼을 열어 현장탐방과 토론 중심으로 새로운 아이템을 발굴하기도 했다.
대구시는 지난 2006년부터 기업을 직접 찾아가 민원을 즉석에서 해결하는 기업현장 민원팀 VJ특공대를 운영한다.
수원지역 경찰서들도 지난 4일 수원권 강력사건 발생으로 치안을 불안해하는 분위기를 해소하고 민원인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맞춤형 현장치안 서비스 우문현답 찾기 행사를 했다. 이보다 앞서 원주경찰서도 `우문현답 순찰대`를 발족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에 본사를 둔 쌍용머티리얼의 이영조 대표는 현장에서 답을 찾는 대표적인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쌍용머티리얼이 파인세라믹 분야 정상을 달리는 비결이 바로 철저하게 현장에 기반을 둔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제는 현장을 모른 채 책상머리에 앉아 보고서나 끄적이고 결재서류만 뒤적이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치부되는 세상이다. 그렇다고 현장에 무조건 달려만 간다고 답이 툭 튀어나오는 걸까. 결코 아니다.
현장에 도사린 문제의 진실을 알려면 눈으로 보고 소리를 듣고 피부로 느껴야 한다. 현장의 미세한 온도와 습도를 느끼고 돌아와야만 문제를 해결할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나온다.
정책을 만드는 고위공직자라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기업 현장의 CEO와 만나 차 한 잔 마시고 사진 몇 장 찍어서 돌아오는 전시성 현장답사를 지양해야 한다. 수박 겉핥기로 현장을 대충 둘러보는 수준이라면 민폐일 뿐이다.
현장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와 사후 고민이 필요하다. 조사와 분석 없이는 현장에 가도 답이 보이지 않는다. 인기 영화배우 하정우는 최근 TV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해 그가 맡은 캐릭터를 꼼꼼하게 분석한 노트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우문현답도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제대로 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주도면밀한 사전 준비와 철저한 현장 분석이 필요하다. 기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정부부처와 지자체, 지원기관, 연구소가 배워야 할 점이다.
정재훈 전국취재 부장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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