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사건_088]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설화 관련법 통과 <2010년 12월>

2010년 12월 8일 과학계 숙원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설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과학기술환경 변화에 따른 국가의 전략적 대응성 제고를 위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혁신의 첫발을 내디뎠다. 상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는 행정위원회로 격상되고 장관급 상근위원장이 담당하게 된다. 또 국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로서 범부처 과학기술 기본 계획 수립은 물론이고 기획재정부로부터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조정, 사업평가 업무를 이관받아 수행하게 된다.

[100대 사건_088]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설화 관련법 통과 <2010년 12월>

◇적지 않은 진통=국과위 출범에는 적지 않은 진통이 있었다. 당초 정부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상과 기능 강화 방안`이 발표된 뒤 관련법 개정안 작업은 `대통령의 위원장 겸직`에 대한 위헌소지가 제기되면서 주춤거렸다. 정부가 다시 국과위 위원장을 대통령이 아닌 장관급으로 교체하기로 하면서 위헌 문제는 일단락됐다.

여야 모두가 정부 법안에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여당 측은 정부안에 담은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 기능을 한층 강화하는 내용을 요구했다. 정부안에는 국과위가 사업 평가를 직접 수행하고 주요 R&D사업 예산의 배분·조정 내용을 검토·심의해 재정부에 알리면 재정부는 특별한 때를 제외하고 예산을 편성하도록 했다. 국과위가 예외 없이 명백한 예산권한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출연연 개편안 언급이 없다는 국회의 지적도 이어졌다. 개정 국과위 법안에 27개 출연연을 포함시키고 국과위 주도로 출연연 개편을 추진하라는 요구다.

과기계 역시 정부안의 검토 작업과 동시에 보완 작업을 준비했다. 하지만 상임위에 회부되는 과정을 생략한 채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돼 정치권과 과기계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우선 정부안에 담긴 국과위의 예산 배분·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국과위가 재정부로부터 예산 편성 조정권을 가져오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번에서 제외됐으며 2011년 임시국회에서 별도 처리됐다.

[100대 사건_088]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상설화 관련법 통과 <2010년 12월>

◇2011년 4월 본격 가동=2011년 4월 상설 국과위는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흩어져 있던 국가 과학기술 정책과 실행의 구심점이 국과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국과위는 한마디로 국내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타워(관제탑)`다. 따라서 국과위는 국가과학기술정책을 기획·조정하고 R&D 예산 배분·조정권을 장악, 성과평가까지 수행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주력할 연구 분야와 방향을 정하고,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지 결정한다. 정부가 출연한 연구소나 각 대학의 연구실험실 예산도 포함된다. 13조원이 넘는 국가 R&D 예산을 어떻게, 어느 분야의 연구에 쓸지를 정하는 게 국과위의 핵심이다. 상설 국과위에서 과학기술 최상위 계획인 국가과학기술기본계획을 수립하면 이 기본계획을 토대로 각 부처는 소관 분야 시행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R&D 사업의 전(全) 주기적 관리도 상설 국과위의 중요한 업무다. 국과위에서 직접 범부처 R&D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기획 단계부터 국과위는 물론이고 부처 간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한다. 연구비 집행현황 모니터링과 국세청 전자세금 시스템과 연계한 `서류 없는 정산`을 통해 범부처 연구비 집행·관리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기능을 가진 국과위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 온 과기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현재 부처와 기관별로 R&D를 추진하면서 빚어지는 중복과 혼선을 해결하는 기초가 될 전망이다. 국과위는 정무직 3명(장관급 위원장, 차관급 상임위원 두 명)과 직원 150명 규모로 꾸려졌다. 직원의 절반은 민간에서, 나머지는 공무원을 영입한다는 구상이다.

◇초대 위원장에 큰 관심=독립 행정기구로 자체 예산 조정·배분권을 가진 국과위 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 관심도 적지 않았다. 장관급으로 결정된 국과위 위원장직은 대통령이 맡기로 했다가 번복했을 만큼 무게감이 남달랐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과학기술계 전반을 아우를 만한 거물급 인사들이 거론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1년 2월 국과위를 이끌 수장에 김도연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내정했다. 김 신임 위원장이 내정됨에 따라 국과위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게 됐다. 특히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부재로 야기됐던 국가 R&D 예산분배 및 조정, 기초과학 연구 지원, 이공계 인력 양성 등의 현안이 해소될 전망이다.

국과위는 2011년 8월 2일 제7회 본회의를 열고 조직 출범 후 처음으로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국과위는 2012년 국가 연구개발(R&D)사업에 총 10조6550억원의 예산을 배분·조정했다. 이는 전년 예산 9조9000억원보다 7.6% 늘어난 금액이다.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국가과학기술위원회(국과위)를 통해 과학기술 분야 육성에 대한 정부 의지를 확인시켰다고 봅니다.” 상설 국과위가 출범한 지 1년 4개월. 출범 이후 지금까지 국과위를 이끌어 온 김도연 위원장은 지금도 출범 때 못지않은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상설 국과위의 출범 때나 지금이나 사명은 명확하다. “국과위 출범 배경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구조개편이 있습니다. 막대한 정부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출연연 개편작업을 진행하다가 국과위 상설화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죠. 그래서 국과위가 우선 출범했습니다.”

출연연은 16조원에 달하는 정부 R&D 예산의 40%를 사용한다. 상설 국과위 출범 이후 거대한 R&D 예산의 배분 양상은 달라졌다.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는 것을 제일 큰 목표로 삼고 이를 위해 전문가 의견을 많이 반영하는 조직을 만들었습니다. 2011년은 국과위가 출범한 첫해였기 때문에 예산작업이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2년에는 전문위원회를 8개월 동안 가동해 정부 연구사업을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삭감할 것은 대폭 삭감하고 늘릴 것은 과감히 늘렸습니다.”

예산 편성권이 기획재정부에 있어 국과위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에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편성권이 재정부에 있지만 2011년과 2012년 예산에서 국과위가 배분·조정한 예산의 99%를 재정부가 그대로 수용했습니다. 국과위가 충분히 권한을 가졌다고 봅니다.”

예산과 더불어 국과위에 주어진 주요 임무는 국가 과학기술 행정의 `플래닝(Planning)타워` 역할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는 인재양성이다. “국과위가 정책을 구현하는 부처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공계 르네상스 계획을 세우고 각 부처 이공계 인력양성 계획을 모아서 집중 검토해서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종합 조정 기능을 하는 것이죠.” 과학기술 행정의 근간을 이루는 과학기술기본계획을 세우는 일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개방된 과학기술 행정체계의 틀을 만들 계획이다. “과학기술 분야만이라도 의사결정이 개방적으로 이뤄지는 체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미 개방형 평가를 비롯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뿌리를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과위를 통해 각 부처에서 하는 과학기술 행정도 개방적으로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조직이 제 역할을 하기까지는 성숙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며 국과위는 출범 후 1년 4개월이 지나면서 안정화됐다고 평가했다. “막대한 정부 예산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쓰는지를 궁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조직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본도 국과위 같은 조직 만들려는 움직임 있는데 우리가 이것만큼은 일본에 한 발 앞선 셈입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