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대한민국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 터졌다. 바다이야기 사태다.
바다이야기라는 사행성 게임물이 성인용 오락실에 설치되고, 경품용 상품권을 환전에 사용한 성인용 게임 사업은 엄청난 파장을 가져왔다. 전국의 성인용 게임장이 사실상 도박공간으로 변신했었기 때문이다. 2006년 대한민국은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도박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든 시기였다.
◇상품권, 바다이야기 사태의 뇌관=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1년 우리나라 성인용 게임장에 봄이 찾아왔다. 당시 문화관광부는 게임 산업 정책방향을 규제보다는 진흥에 뒀다. 당초 상품권이 사행성을 조장하기 때문에 게임장의 경품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정책을 견지하다가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허용했다.
2001년 6월 관광호텔업계에서 관광상품권의 경품 허용을 요구하자, 관광상품권 이외에 도서 문화상품권까지 포함한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그해 9월 국정감사에서 환전문제가 제기되자, 관광상품권은 경품에서 제외하고 도서문화상품권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상품권은 그야말로 바다이야기 사태의 뇌관이었다. 2006년 8월 말을 기준으로 경품용 상품권으로 지정받은 상품권 발행업체는 18개사로 늘었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 한도액 역시 9683억원을 기록했다. 8월 한 달간 유통액은 2조7685억원을 기록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진흥원이 경품용 상품권을 지정하기 시작한 2005년 8월 이후부터 2006년 9월까지 발행된 경품용 상품권 유통 누계액은 32조8538억원을 기록했다. 그런데 게임장에서 현금에 준하는 유가증권을 주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했다.
문제는 배출된 상품권이 원래 도입 취지로 밝힌 문화상품 구입에 사용되지 않고 현금으로 환전된 점이다. 상품권을 편법으로 과다배출하는 사행성게임기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상품권=사행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됐다. 결국 사행성 심화에는 사행성 게임기의 확산과 함께 과다 배출되는 상품권에 그 원인이 있었다.
◇2006년 사행성 게임물 급증=이런 가운데 2005년부터 릴게임 등 신종 사행성 게임물 등급분류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2004년 831건이던 등급분류 게임 건수는 2005년 1286건에 이르렀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5년 4월 메모리, 연타기능이 가능해 고배당을 획득할 수 있는 바다이야기를 등급 심의 통과시켰다. 2006년 8월에는 바다이야기·황금성·스크린 경마 등의 성인용 게임장이 1만5618개로 증가했다.
바다이야기는 게임결과가 삭제되지 않는 메모리 기능을 갖춰 연타(고배당)가 가능한 게 특징. 또 고래 상어 등 예시기능을 갖춰 이런 동물이 나타난 이후 게임당첨이 연속적으로 이뤄져 고배당이 터질 수 있다.
지코프라임은 당시 `바다이야기` 개발사인 에이원비즈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하고 이 게임 유통을 총괄하면서 대박을 터뜨렸다. 2006년 상반기에는 바다이야기` `황금성` `오션파라다이스` 등 빅 히트작이 잇따르고 일본의 대표적인 성인게임인 `야마토2`까지 상륙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사행성 게임과의 전쟁을 사실상 선포했다. 사행성 게임을 `게임법`에서 제외해 특별 단속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사회적 파장, 일파만파=바다이야기 사태로 인해 게임산업 관련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했다. 국무총리도 정책실패에 사과했다. 당시 한명숙 국무총리는 “제도적 허점과 악용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을 통감한다”며 “잘못의 원인과 경과를 철저히 규명해서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히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명숙 국무총리는 2006년 8월 22일 문화부를 전격 방문, 바다이야기 사태를 보고받았다. 한 총리는 “이번 사행성 게임 확산과 조기 차단하지 못한 문화관광부의 대처 방안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명곤 문화부 장관은 “게임물 등급분류와 재분류를 엄격하게 하기 위해 게임물등급위원회를 조기 발족해 `바다이야기` 등 기존 심의통과 게임물을 재심사해 사행성 게임물의 유통을 철저하게 막겠다”고 보고했다.
이틀 뒤에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사행성 게임장 관련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사행성 오락게임 `바다이야기` 파문과 관련한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불법 사행성 게임장 및 PC방 근절대책 추진상황 △관련 수사 및 단속상황 △사행성 게임장 세무조사 진행상황 △불법 옥외광고 단속상황 등에 대한 관계부처 보고를 받고 향후 대책을 집중 논의했다.
회의에는 이용섭 행정자치부, 김명곤 문화관광부,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과 김영주 국무조정실장, 전군표 국세청장, 이택순 경찰청장 그리고 청와대에서는 전해철 민정수석과 김용익 사회정책수석, 김성진 총리비서실장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사행성 게임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점에 공감했다.
문화부는 또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른 게임물 재등급 분류 시한인 2009년 4월 29일까지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신고포상금제를 도입해 단속하고 PC방 사행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신고제에서 등록제로 전환할 방침을 세웠다. 김 장관은 이어 게임장의 경품용 상품권을 2007년 4월 말까지 폐지하고 이를 위해 경품취급기준고시 개정과 10월 시행되는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감사원은 2006년 8월 21일 성인게임 바다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사행성 성인게임 전반의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문화관광부와 영상물등급위를 방문해 관계자와 면담을 거쳐 사행성 성인게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경품용 상품권 발행 경위와 상품권 업체 인허가 절차 등의 자료를 집중적으로 수집했다.
사정당국의 대대적 수사도 이어졌다. 법무부와 검찰도 바다이야기와 관련한 각종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수사 관계자에게 지시했다. 검찰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게임을 둘러싼 의혹 전반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국회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노웅래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대표적인 사행성 게임기로 `바다이야기`를 언급하며 “이 게임기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불법으로 규정한 메모리 연타기능이 있는데 영등위가 통과시켰다”며 “사행성 게임기의 시중 유통을 사전 봉쇄할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 박 모 의원은 상품권만을 경품에서 제외하기로 한 정부의 방안과 달리 모든 게임기는 경품 제공 자체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점=아케이드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싹트는 계기였다. 정부의 정책방향 역시 게임의 진흥보다 규제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후폭풍이 불었다. 아케이드 게임 산업의 문제점을 극단적으로 드러낸데다 정치권에 대한 로비, 상품권 발행을 둘러싼 각종 문제가 한꺼번에 터졌기 때문이다.
영업 중이던 게임장은 된서리를 맞았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일반 경품용 게임기 시장마저 고사위기에 처했다. 일부 성인용 게임장 업체들은 단속에 겁을 먹고 아예 문을 닫았다. 그나마 영업을 하는 게임장 역시 손님의 발길이 크게 줄었다.
성인PC방 단속으로 폐업 게임장이 속출하면서 중고 PC 또한 쏟아져 나왔다. 이 여파로 19인치 모니터를 포함한 중고 PC 가격이 30만원대 초반으로 크게 떨어졌다. 바다이야기 게임장은 전국에 1만6000여개로, 사업장마다 50여대의 게임기가 설치돼 있을 정도로 물량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기의 CPU·메모리·HDD·LCD패널 등 핵심 부품은 용산 중고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표] 성인용 게임장 수
(자료: 문화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