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을 찾습니다.`
지난 2006년 4월, 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인 선발 공고와 함께 우리나라는 우주인 열풍에 휩싸였다. 최근 방송가를 강타하고 있는 가수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한국인 최초로 우주비행에 나선 이소연씨가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하며 손을 흔드는 모습. 한국의 첫 우주인 이소연씨를 태운 소유스 우주선은 2008년 4월 8일 오후 8시 16분 35초(한국시각) 발사돼 정상궤도에 진입했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9/11/316719_20120911175420_724_0001.jpg)
우주인 선발 프로젝트는 접수 이틀 만에 지원자가 5000명을 넘어서며 최종 3만6206명이 몰려들었다. 재계 CEO와 의사, 카레이서 등 각계각층 인사와 남녀노소를 불문한 다양한 사람들이 도전장을 내면서 시종일관 화제를 뿌렸다.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이 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로웠다.
`키 150∼190㎝, 몸무게 50∼95㎏의 표준 체격을 가진 19세 이상 대한민국 남녀. 3.5㎞의 거리를 2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체력,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와 지적능력, 영어 구사력을 갖출 것.`
3만6000여명의 지원자 중 쉽지 않은 조건을 맞춰 서류 심사를 통과한 1만명을 대상으로 1차 심사가 이뤄졌다.
평가 항목은 △기초체력 평가(3.5㎞ 달리기) △필기 전형(영어·종합상식) △종합평가 및 기본신체검사. 245명이 두 달간 진행된 1차 심사를 통과했다.
2차 평가는 △임무수행능력에 대한 일반면접 및 영어 면접 △체력 평가 △정신심리 검사로 진행됐고 통과자는 30명에 불과했다. △정밀신체검사 △우주적성검사 △상황대처능력 평가로 약 3주간 진행된 3차 심사에선 10명이 살아남았다.
이후 △스페이스 캠프 합숙 평가 △러시아 우주인 훈련센터 평가 △현지 문화적응력 평가 등으로 진행된 4차 심사를 거쳐 당시 삼성종합기술원 연구원 고산씨와 KAIST 박사과정 이소연씨가 우주인 후보로 최종 선정됐다. 이들은 1만8000 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뚫고 대한민국 첫 우주인이 될 기회를 잡았다.
우주인 후보로 선정됐지만 경쟁은 끝이 아니었다. 우주인이 돼 지구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명.
두 사람은 2007년 2월부터 1년간 러시아 가가린 우주인 훈련센터에서 기본 훈련과 우주 적응, 우주과학 실험을 위한 임무 훈련을 받았다.
![한국 첫 우주인을 태운 우주선이 출발하고 있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9/13/space.jpg)
2007년 9월 고산씨가 우리나라 최초 우주인으로 선정됐다. 다른 후보였던 이소연씨는 예비 우주인이 됐다. 한국 선발 성적과 러시아 훈련 성적, 과학실험 수행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우주선 발사 시각은 2008년 4월 8일 오후 8시로 확정됐다.
하지만 정작 소유스 우주선에 탑승한 사람은 이소연씨였다. 항우연은 우주선 발사를 한 달 앞둔 2008년 3월 탑승 우주인을 고산씨에서 이소연씨로 전격 교체했다. 고산씨의 반복된 훈련 규정 위반으로 인해 러시아 측이 교체를 요구해왔다는 것이 이유지만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식물생장 장비실험 중](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9/13/leeex.jpg)
이소연씨는 2008년 4월 8일 한국시각 오후 8시 16분 러시아 우주인 두 명과 함께 소유스 우주선을 타고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 기지를 출발, 역사적인 우주여행을 시작했다.이씨는 4월 19일 지구로 귀환하기 전까지 약 열흘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며 18가지 우주과학 실험을 했고, 국민들에게 다양한 우주 활동 모습을 생생히 전해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에 따르면 이씨가 귀환 후 1년 동안 강연 98회, 언론 활동 89회를 소화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이씨가 청소년 대상 강연 65회, 교육청 기획 강연, 과학행사 초청 강연 등으로 청소년의 과학 관심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교과부는 또 이소연씨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수행한 18가지 우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한 논문 6건이 게재·발표됐고, 국제 과학인용색인(SCI)급 저널 한 곳에도 실리게 됐다고 전했다.
여러 활동에도 `우주 마스코트`나 `세금으로 보낸 비싼 우주여행` 등 곱지 않은 지적 또한 끊이지 않았다.
논란은 4년이 지난 2012년 현재도 여전하지만 최초 우주인 탄생은 우리나라도 본격적인 유인 우주개발 시대가 시작됐다는 의미가 있다. 우주와 과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일으켰다. 하지만 `우주인 그 이후`가 남아 있는 과제다.
이씨의 우주비행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서른여섯 번째 유인 우주인 배출국가가 됐다. 이씨는 세계 480여명의 우주인 중에서 여성으로는 세계 마흔아홉 번째,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 여성 우주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이소연 박사](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9/13/leesy.jpg)
◆두 명의 우주인은 지금 어디에
우리나라에는 두 명의 우주인이 있다. 우주선을 탄 이소연씨와 예비 우주인 고산씨다. 2008년 이후 4년이 지난 현재, 이들은 각자 새로운 목표를 향해 여정을 떠났다.
◇이소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원=올해 34세인 우주인 이소연 연구원은 2012년 8월 8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9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입학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소속인 이 연구원은 휴직계를 제출하고 2년 예정으로 유학을 다녀올 계획이다.
KAIST에서 마이크로전자기계시스템(MEMS)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연구원이 MBA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다소 의외다.
하지만 그는 향후 우주인으로서 한국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정책· 경영·인력 관리 등을 폭넓게 익혀야 한다고 판단, 유학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우연 관계자는 “공부를 마치면 항우연으로 복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연구원은 당시 지구에 귀환한 뒤 항우연 소속으로 무중력 실험, 대중 강연 등의 활동을 펼쳤다. 또 씨엘레강스(꼬마선충)를 이용해 우주 체류 시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소연씨는 항우연 우주과학팀에서 보좌진을 두고 일했다. 하지만 260억원을 들여 자신을 키워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떠나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받는다.
![고산 타이드 대표](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2/09/13/kohs.jpg)
◇고산 타이드인스티튜트 대표=예비 우주인 고산씨는 벤처 창업 컨설턴트로 변신했다. 고씨는 2011년 2월 창업 컨설팅 전문 비영리법인인 타이드인스티튜트(TIDE institute)를 한국에 설립했다.
타이드는 △기술(Technology) △상상력(Imagination) △디자인(Design)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뜻하는 영어 단어 앞자리를 조합한 말이다.
우주인과 창업 전도사의 연결고리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고 대표는 자신의 선택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주인은 수많은 과학자의 노력과 꿈을 한 몸에 받는 꽃과 같은 존재입니다. 우주인으로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이공계 인재의 창업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지난 2008년 우주인 훈련을 끝내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했던 그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공공정책을 공부했다. 올바른 과학기술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케네디 스쿨에 입학하기 전 싱귤래러티 대학에서 창업 프로그램을 접했다. 이 프로그램이 한국에 있다면 창업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공계 학생들의 진로를 다변화시켜 이공계 기피 현상 해소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현재 하버드 케네디 스쿨과정을 휴학하고 창업 컨설팅에 집중하는 이유다.
고 대표는 자신이 경험한 싱귤래러티 대학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모델 삼아 첨단 기술을 활용해 창업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한국에 펼치려 한다. 지난 4월 한 강연에서 그는 “젊은이에게 일자리가 없으니 창업하라고 떠미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이 접하기 힘든 새로운 기술과 시장 정보를 소개해 이를 창업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역설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