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 여전히 `말로만`

정보통신공사업법에 명시된 정보통신공사 분리발주가 여전히 지켜지지 않아 법 자체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공사업계는 공공기관마저 현행법을 위반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1000억원 이상의 불법 하도급 공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12일 정보통신공사협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국내에서 발주된 공사 중 약 2조원 규모가 턴키방식(Turn Key)으로 진행됐다. 턴키방식은 건설·전기공사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공사까지 한꺼번에 발주하는 방식이다.

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공항, 교육청, 연구원 등 공공기관에서도 턴키 발주가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상업 시설물뿐만 아니라 정부마저 현행법을 어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공사협회 관계자는 “상반기에만 약 1조8000억원 규모 일반 공사에서 턴키발주가 이뤄졌다”며 “전체 공사비용 중 정보통신 비중이 3~5%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최대 1000억원 가량 공사가 불법 하도급 계약을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공사업법은 `정보통신공사는 건설공사 또는 전기공사 등 다른 공사와 분리하여 발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기술을 보유한 공사업체가 첨단·지능화되는 정보통신설비를 직접 시공해 품질을 확보하자는 취지다.

댐과 교량 등 특수공법이 필요한 일부 분야를 제외하면 정보통신 공사는 따로 발주가 되어야 한다. 건축, 토건, 전기, 소방과 정보통신 공사를 시행사 한 곳에 맡기는 이른바 `턴키`는 불법이지만 편의를 이유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협회를 비롯한 공사 업계는 턴키 발주에 대해 개별 고발을 검토하는 등 기존보다 대응수위를 강화할 방침이다. 협회 관계자는 “불법 하도급으로 정보통신 업계가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분리발주가 지켜지지 않으면 부실시공 등 악순환을 끊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올 연말 분리발주 예외범위를 재검토하는 것도 강경대응의 배경이다.

지난 2009년 개정된 정보통신공사업법 시행령에 따라 올 12월 댐, 교량, 터널 등 현행 분리발주 예외범위가 적절한지 따지는 재검토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가 포진한 건설업계는 예외범위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합법적인 턴키 발주 범위를 늘리자는 것이다. 이에 맞서 정보통신공사 업계는 예외범위 현행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