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한국의 자동차가 미국에 많이 팔리는데 한국도 미국차를 많이 사야 한다고 연설했다. 이는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로, 현재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이 상당히 성장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새로운 기회임에 틀림없으나, 완성차는 물론이고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특허괴물(NPE) 공격에 더 많이 노출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특허분쟁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분쟁과 같이 주로 IT 분야에 집중돼 있으나,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특허괴물에 피소돼 자동차 산업에서도 특허분쟁을 피해갈 수 없다.
글로벌 특허분쟁이 대기업에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지 않다. 대기업은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예산 편성, 전담조직 설치 및 전담인력 확보로 꾸준히 지재권을 확보하고 있어 공략이 쉽지 않은 반면에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본, 조직, 인력이 적어 언제든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일본 N사가 국내 S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S사는 회사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고, 독일의 M사는 연매출액이 180억원에 불과한 국내의 C사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지식재산권 경영 측면을 살펴보더라도 2011년 지식재산활동 실태조사 결과에서 드러나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가 확연하다. 조사 결과 중소기업의 68.3%가 지식재산 담당부서가 없었다. 대기업은 보유한 해외 특허권이 평균 6.6건인 데 비해 중소기업의 해외 특허권은 평균 0.2건에 불과해 중소기업이 특허괴물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구개발(R&D) 측면에서는 자동차 부품업계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1위 기업인 독일 보쉬가 매출액의 8%에 육박하는 비용을 지출하는 데 비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국내 순위 1·2위 기업마저도 평균적으로 매출액의 2.8% 비용만을 R&D에 투입하는 실정이다.
자동차 한 대를 구성하는 부품 수는 2만개가 넘는다. 이 때문에 관련 부품 업체만 5000여개에 달하는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3.6%에 이른다.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의 지재권 강화가 필요하다.
자동차 부품 관련 중소기업을 위한 지재권 강화 정책으로는 정부의 △기술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사업 △개발기술 사업화자금 지원사업 등을 들 수 있다. 특허청 관련 정책으로는 △특허정보 종합컨설팅 사업 △IP-R&D 전략 지원사업이 있다.
특허청 특허정보 종합컨설팅 사업에 선정되면 자동차 부품 관련 핵심기술 관련 특허를 분석하고, 경쟁사 특허를 회피해 설계할 수 있다. 또 IP-R&D 전략지원 사업을 이용하면 자동차 부품 R&D 단계부터 방향을 설정하고 분석된 특허정보를 기술 개발에 이용해 R&D 효용성을 높임으로써 강한 특허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을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 서게 할 열쇠는 바로 자동차 부품 업체들의 지재권 전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지재권 조직, 인력 및 자본을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지식경영을 펼쳐 강한 지재권을 보유함으로써 특허괴물의 공격 위협을 무력화하고, 오늘날 벤츠·BMW·아우디를 있게 한 보쉬와 같은 일류 부품 업체가 우리나라에서도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설삼민 특허청 기계금속건설심사국장 smseol@kipo.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