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쇼핑몰의 전시장으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하는 `쇼루밍(Showrooming)` 현상.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업체 아마존이 지난해 말 오프라인 매장에서 가격비교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5% 추가 할인을 제공하면서 논쟁에 불을 댕겼다.
이에 반발한 미국 종합유통업체 타깃이 아마존의 `킨들` 제품군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 쇼루밍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갈등을 상징하는 용어가 됐다. 베스트바이, 월마트, 시어스 백화점 등 주요 유통업체도 잇따라 유사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고정관념을 깨는 조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미국 모바일 마케팅 전문업체 바이브(Vibes)는 최근 `쇼루밍 소비자에 대한 이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쇼루밍을 잘 활용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매출과 마케팅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오프라인 매장 매출 올리는 쇼루밍
이번 조사는 미국에 거주하는 18세 이상 휴대폰 사용자 1006명을 대상으로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면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한다고 답한 응답자의 29%가 이후 해당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하는 온라인숍에서 물건을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해당 제품을 아마존 등 경쟁 온라인 쇼핑몰로 옮겨가 구매한 사람은 25%였다. 매장에서 구경만 하고 경쟁사로 떠나는 고객보다 남아서 매출을 일으키는 고객이 더 많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스캔이나 검색을 통해 제품 정보를 얻은 사람은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확률이 더 높았다. 당초 구매 계획이 없었으나 스마트폰 스캔으로 보다 많은 가격정보를 확보한 후 물건을 구매했다고 답한 사람이 14%에 이른다. 48%는 원래 구매 계획이 있던 물건이었는데 정보 검색이 쇼핑에 더 큰 만족감을 줬다고 답했다. 사려고 했던 물건을 사지 않게 됐다는 응답은 15%에 그쳤다.
보고서는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얻었을 때 정서적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정보를 스마트폰에서 쉽게 얻을 수 있도록 QR코드 등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쇼루밍을 즐기는 소비자는 매장이 제공하는 모바일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응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매장이 지급하는 모바일 쿠폰을 항상 상품으로 바꾼다`고 응답한 사람이 57%나 됐다. 반면 쇼루밍을 하지 않는 소비자의 쿠폰 이용률은 39%에 머물렀다.
이외에도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기능을 사용하겠느냐는 질문에 쇼루밍 소비자의 70%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쇼루밍을 이용하지 않는 스마트폰 보유자는 48%만 NFC를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고객관리에 도움되지만 과도한 마케팅은 `역효과`
쇼루밍 소비자들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활용한 마케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었다. 상업적 이메일도 받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평균 47%였으나 쇼루밍 소비자들은 67%에 달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다운로드 비율 역시 쇼루밍 수비자는 50%에 달해 평균치(17%)를 훌쩍 넘었다. 이들은 오프라인 매장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도 28%나 구독해 평균치(17%)보다 높았다.
그러나 개인성과 즉시성이 높은 모바일 기기 특성상 과도한 마케팅 활동에는 즉각적인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쇼루밍 소비자의 86%가 너무 많은 메시지가 오면 모바일 마케팅을 거부하겠다고 답했다. 관계가 없는 메시지가 오면 마케팅을 거부하겠다는 응답도 76%나 됐다. 적절하지 않은 시간에 오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44%가 거부반응을 보였다.
보고서는 “오프라인 마케팅 담당자들은 모바일 마케팅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면서 “적절한 간격을 두고 적절한 시간에 적합한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쇼루밍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표] 소비자는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어디에 활용하나?
자료: Vibes, 중복 응답(응답자 603명)
[표] 매장에서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어떤 변화가 생기나?
자료: Vibes, 응답자 335명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