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17일 발표한 콘텐츠 분야 동반성장 정책은 자금·제작인프라·해외 진출 등 중소 사업자가 그간 힘들어 한 문제를 일괄 지원하는 일종의 `상생 종합선물세트`다. 거래관행 개선과 같은 제도적 측면의 대수술도 기대된다. 다만 콘텐츠업계는 펀드규모와 지원 가능한 제작인프라 등이 제한적인 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처음 추진하는 정책인 만큼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성과가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1000억 펀드 운용은
펀드는 KT가 향후 3년간 매년 미디어 관련 사업 매출 2%를 투자하고, 국내외 기업 등 외부 투자자가 참여해 조성한다. 올해 KT 미디어 그룹 매출액이 1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서 2%인 약 200억원을 펀드에 투자한다. KT 미디어 그룹 매출이 늘어나면 향후 투자액도 늘어난다. 정부, 기업, 외국자본, 투자사 등에도 펀드 참여 기회를 폭넓게 개방한다.
조성한 펀드는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와 콘텐츠사업자(CP)를 지원하는 데 쓴다. PP에게는 제작비 지원과 함께 우수 프로그램 구매 등으로 지원한다. CP는 제작비 위주로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대상은 KT와 교수,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를 만들어 선정할 예정이다.
◇개인과 중소 사업자에 기회
동반성장 정책의 수혜자는 중소 사업자들과 개인들이다. PP 시장을 지상파 계열과 대기업 계열이 장악한 가운데 입지가 약할 수밖에 없는 중소 PP들에 기회가 주어진다. 시청률에 따라 공정하게 채널을 배정하고, 채널사용료도 공정한 기준을 만들어 배분한다.
아이디어가 뛰어난 개인들을 위한 기회도 제공한다. HD와 3D까지 제작할 수 있는 올레미디어스튜디오를 일반 제작센터 대비 70~80% 수준 가격에 임대하고, 추가 스튜디오도 구축한다. 시설 임대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내년에 약 1000명을 교육한다는 목표다.
음악, 연기 등에 소질을 가진 신인들이 등용문처럼 활용할 수 있는 채널도 운영한다.
◇생태계 구축으로 `윈-윈`
KT는 동반성장 정책 시행으로 중소 협력업체가 성장하면, 결국 KT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합시대 경쟁력은 거대 기업 독점보다는 생태계 경쟁력에 나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현대 기업의 경쟁력은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고, 생태계에서 나온다”면서 “KT 혼자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지속가능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당장은 투자 증가 등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인 만큼 지속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 회장은 “KT가 생태계를 조성하면 함대가 될 수 있다”면서 “하나의 항공모함은 한계가 있지만, 함대라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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