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가업승계

기업주가 상속이나 증여로 후계자에게 소유권이나 경영권을 넘기는 것을 말한다. 가업승계를 `제2의 창업`으로 표현한다. 승계가 쉽지 않아서다. 원활하지 않으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수년·수십년 쌓은 기술·노하우가 날아간다. 국가적으로 손해다.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다르다. 기술과 인력이 그대로 이전된다. 추가 기술 개발이 용이하다. 기업과 국가 경쟁력 상승으로 이어진다.

혹자는 가업승계 후계자에게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났다`고 비아냥거린다. 일부 그런 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기나 질투가 더 크다.

최근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후계자가 기대만큼 경영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매몰찬 대답이 돌아왔다. “절대 (아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농반진반으로 던진 질문에 미소조차 없는 차디찬 얼굴이었다. 힘들게 일궈낸 회사를 능력 없는 자식에게 절대 줄 수 없다는 비장함이 보였다. 가업승계를 앞둔 중소기업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승계를 앞둔 기업주의 고충은 이뿐만이 아니다. 증여·상속세 부담이 크다. 한 조사에서 가업승계 애로요인으로 `과중한 조세부담`이 78.2%에 달했다. 현금 등 세금 납부에 필요한 자산이 부족하다. 우리는 `조세형평성` `부의 대물림`을 이유로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추징세액 규모가 크다.

몇 년 전 대만 정부가 상속세를 40%에서 10%로 내렸다. 절세를 노리고 해외에서 상속하는 병폐를 막기 위해서다. 효과가 상당했다. 자본 해외 유출을 막았다. 상속세 인하 분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우리 가업승계 기업인을 만나보면 증여·상속세 불만이 많다. 그 불만을 제때 해결하지 않으면 곪는다. 그리고 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가업승계 기업인 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신규 그리고 `제2 창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말이다.

김준배 벤처과학부 차장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