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중견 소재 기업 SSCP 부도

지난 4일 자회사 알켄즈에서 부도가 발생했을 때 오정현 SSCP 대표는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SSCP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주 만에 공염불이 됐다. 1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SSCP도 부도를 맞았다.

SSCP는 39년 된 중견 소재 기업이다. 1973년 설립된 삼성화학공업이 전신이다. 페인트 사업으로 출발한 회사는 코팅소재·전자재료 등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올해 초에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겠다고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사업 확장을 위해 끌어 들인 차입금에 발목이 잡혔다. 회사는 2003년 사명을 현재의 SSCP로 바꾸고 해외 진출을 꾀했다. 창업자의 2세인 오정현 대표가 2002년 취임한 후다. 상해, 혜주, 태국 등에 법인을 세우고 인수합병에도 나섰다. 그 결과 2007년 독일 특수코팅소재 업체인 슈람을 900억원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하는 등 소기의 성과도 거뒀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해외 진출과 신규 사업 투자로 부채가 늘고 있었다. 부채비율은 2010년 처음 100%를 넘었다. 설상가상으로 같은 해 역외 탈루, 탈세 혐의로 관세청과 검찰 조사까지 이어졌다.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은행의 대출 회수 등으로 재무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연간 이자 부담만 100억원대에 이를 정도였다. 자구책의 일환으로 독일 슈람과 기업의 모태였던 페인트 사업 부문까지 매각했지만 그동안 쌓인 차입금 부담에서 벗어나는데 결국 실패했다.

부도 소식에 회사 내부는 동요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법정 관리를 신청할 것처럼 보이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SSCP에는 270여명이 근무 중이다.

오정현 대표는 현재 해외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설명이나 향후 계획 등은 아직 언급이 없는 상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