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동반성장 용두사미 안되려면…

SK텔레콤이 사물통신(M2M) 핵심기술을 중소 협력사에 무상으로 개방하기로 했다. 중소 협력사는 이번 조치로 개발비를 3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상생과 동반성장의 좋은 사례다. 아직 지지부진한 국내 사물통신 시장에도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KT가 이번 주 초 중소 콘텐츠 업체의 제작을 지원하기 위한 1000억원대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데 이어 연이어 나온 동반성장 프로젝트여서 더욱 주목된다.

무엇보다 SK텔레콤, KT 등 우리 통신 대기업이 드디어 스마트 생태계에 눈을 돌렸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협력사를 단순한 하도급업체로만 보던 시각이 180도 바뀐 것이다. 스마트 혁명 이후 `독불장군`으로는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는 현실도 적극 반영했다.

M2M 핵심기술 개방으로 M2M 시장이 커지면 궁극적으로 통신사 매출도 늘어난다.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콘텐츠 제작펀드 역시 통신 이용자 저변을 확대할 수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만든 뒤 아이폰 흥행에 성공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통신사와 단말 제조사뿐만 아니라 구글·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이 자체 생태계 조성에 사활을 거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생태계 조성을 위한 동반성장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최고경영진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최근 대기업과 중소업체의 상생협력 사업이 속출하지만 다분히 정치적이거나 이벤트 성격인 프로젝트도 적지 않다. 정부나 정치권의 압박에 밀려 보여주기 식으로 펼쳐진다.

이런 사업은 중소업체는 물론이고 대기업 자신의 경쟁력도 갉아먹는다.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 통신업계 동반성장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발전에도 마이너스다. 어렵게 만든 생태계 조성 전략이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도록 최고경영진이 책임지고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