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의 셧다운제 적용 평가 기준이 게임 몰이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비판이 확대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게임 업계와 간담회를 추진하는 등 논란 진화에 나섰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11일 고시한 청소년 게임물 평가계획안은 청소년이 이용하는 전체 게임물을 대상으로 중독성을 평가하는 기준이다. 이미 적용한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까지 `셧다운제` 대상으로 포함시키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대목은 비상식적 평가항목이다. `협력`이나 `성취감` `레벨 업` 등 게임의 보편적 요소까지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다른 사람과 협력해 무언가를 이뤄가는 성격이 강하면 중독성 높은 게임으로 간주하는 시각이다.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통의 상식을 갖고 보더라도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기준”이라며 “게임을 산업이라고 생각한다면 합리적인 규제를 해야 한다”며 수정을 요구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도 평가항목이 적절하지 않은 만큼 충분한 부처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게임물 평가 자문단 구성은 편협하고 논의 과정은 졸속이라는 논란도 일었다. 게임 전체 셧다운제에 찬성했던 법조계 인사는 물론이고, 권장희 놀이미디어센터 소장과 김민선 아이건강국민연대 사무국장 등 게임 규제 강경론자들이 포함됐다. 평가계획안을 작성한 교수진도 그대로 들어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문위원은 “자문회의는 평가항목이 타당한지 평가하는 자리인데, 연구자료 없이 단 2페이지로 만들어진 평가표만 주고 이야기를 나눠야했다”며 “평가항목이 너무 자의적이라고 이의를 제기하면 `애들이 밤에 잠을 안 자는데 문제가 있지 않느냐`라고 하거나 `충분히 연구됐다` 정도로 답변을 들었다”고 일축했다.
이 자문위원은 “평가계획안을 수정할 의사가 없고 (여성가족부가)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향후 게임 중독성 심사 평가 단체로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을 선정했다.
여성가족부는 평가계획안 논란이 확산되자 `오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장은 “평가항목 문구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청소년의 중독성을 가려내기 위한 평가표이므로 평가 항목은 당연히 게임을 오래 하는 핵심요소를 짚은 것”라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는 21일까지 의견을 수렴하고 내주에는 업계 의견을 듣는 자리를 따로 만들어 수정하겠다고 전했다. 새로 만들어진 평가계획은 내달 초 공개될 전망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