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백만기 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은 “오늘날 지식재산(IP)이 국가 경제 정책의 화두”라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선도 비즈니스인 정보통신기술(ICT)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 여기에 맞춘 IP 전략은 어떻게 짜야하는지가 국가 미래와 결부돼있다는 지적이다.
백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가 어디서 나오는 가부터 파악해야 한다”며 “과거 산업구조가 유형자산이 대부분이었다면, 앞으로는 IP 같은 무형자산이 사업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자동차 회사의 가치를 보면 자산의 대부분은 시설·공장 자동화·토지 등 유형 자산에 몰렸다. 무형의 자산도 일부 어우러져 있지만 1982년에 미국500대 기업의 전체 가치 중 62%는 유형 자산으로 분류됐다. 2002년에 이르면 기업 가치에서 무형자산은 80%에 이르게 된다. 제조 공장 하나도 없는 애플이 세계 최대 IT기업이 됐다.
여기서 백 회장은 “우리를 지킬 수 있는 자산은 IP다”라고 잘라 말한다. IP에는 특허와 같이 글로 표현해 공개하고, 권리화하고 20년동안 보호하는 것도 있지만 영업 비밀에 관한 IP도 강력한 힘이 있다. 기업은 특허전략과 블랙박스(영업비밀) 전략을 적절히 섞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 회장은 “지금까지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싼 값으로 판매하면 시장에서 통했다. 이제는 그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사전에 특허 문제를 파악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비즈니스 위험(리스크)이 너무 커진다”고 역설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전쟁은 우리에게 이런 경각심을 불러 일으켰다. 모든 산업을 IP 중심으로 보고 경영을 재설계 해야한다. 최고기술경영자(CTO)·최고개인정보책임자(CPO)·최고교육책임자(CLO)의 역할과 전략이 IP를 통해 조화를 이뤄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가 새로운 경제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은 1000여개의 히든챔피언을 유지했다. 우리도 강한 중소·중견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IP가 중심이 돼야한다. 조직을 재편하고 새로운 IP DNA를 갖춘 인력을 양성할 시기다”라고 말했다.
1962년 처음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수립됐을 때는 국민소득 수준이 낮고 인건비가 쌌다. 하지만 이제는 지식에 의한 발전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제학자 폴크루그먼은 아시아경제 발전은 조만간 한계에 부딪힌다고 예측했다. 노동력과 자본 투입으로는 장기 성장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기술과 지식이 중심이 되는 산업으로 빠르게 이행하고 있다. 신용평가사 S&P는 한국은 이제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백 회장은 “우리나라가 일본의 국가신용도를 앞지른 것에서 한 발짝 더 도약하기 위해 통합된 IP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과거에는 산업정책과 과학기술정책과 IP 정책이 따로 놀았다. 앞으로 기업은 기술과 비즈니스와 법이 통합된 지식재산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식경제부·방송통신위원회·중소기업청 등 많은 정부기관이 각각 기업을 키우는 데 노력한다”며 “그 중심에는 IP가 존재하도록 정부 지원프로그램과 육성 프로그램을 새롭게 설계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특허청만이 아니라 각 부처별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IP 능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정책 필요성도 강조했다. 틀을 바꾸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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