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사철을 공부하는 이유는 문학적 감수성(文), 역사적 문제의식(史), 철학적 통찰력(哲)을 개발하기 위함이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타인의 아픔과 얼룩 속에서 아름다운 무늬를 발견하는 문학, 흘러간 과거의 족적 속에서 오래된 미래를 꿰뚫는 역사, 그리고 이전과 다르게 생각하기를 배우는 철학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습득해야 할 교양 중의 교양이다.
문사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항상 옆에 두고 역사적 고전에 비추어 현재의 흐름을 꿰뚫고 미래를 내다보는 색다른 창(窓)을 제공해줄 것이다. 문사철을 비롯한 인문고전은 고전(古典)을 읽지 않으면 고전(苦戰)을 면치 못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몸소 새기고 싶은 모든 사람들이 중독되어야 할 필독서가 아닐 수 없다. 인문경영을 강조하는 시대적 트렌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인문경영을 실제로 실천하고 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인문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늬만 인문인 경영은 기술에 예술적 영혼을 담아내고 인문학으로 기술을 더욱 빛나게 하는 근원적인 원동력은 축적되지 않는다. 인문학적 사유는 시대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사고다.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내가 만약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를 반추하는 사유가 바로 인문학적 사유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무한한 호기심, 가슴에 품고 있는 남다른 질문,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의 합작품 속에 인문학적 사유가 살아 숨쉬는 것이다. 인문고전을 읽는 이유도 텍스트를 지금 여기 시점에서 재해석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던져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물어보는데 있다. 물음이 다르면 동일한 텍스트도 다르게 다가온다.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는 이미 고전 속에 다 있다. 다만 우리가 고전 속에 담긴 지혜의 샘물을 길어 올린 마중물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기 때문에 찾지 못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찾는 답은 이미 오래된 고전 속에 있다. 오늘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자기 개발서는 인문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에 불과하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인문고전을 붙잡고 그 속에 잠자고 있는 지혜의 샘물을 길어 올려야 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