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가 콘텐츠전송망(CDN)을 연동한다.
경쟁사 서버 콘텐츠 이용 시 나타나는 서비스 품질 저하 현상이 사라질 전망이다. 중소 콘텐츠 업체는 통신사마다 따로 서버를 두지 않아도 빠른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구글·아카마이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의 네트워크 시장 잠식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준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교수는 25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학회 `아시아태평양 통신망운용관리 심포지엄(APNOMS) 2012`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CDN 연동기술 개발 중간성과를 공개했다.
CDN 연동(CDNi)은 통신사가 각자 보유한 CDN 서비스를 상대 기업에 교차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최근 국제인터넷표준화기구(IETF)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등 국제 표준 기구에서 기술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다. 통신3사와 KASIT·솔루션박스·ETRI·연세대 등이 올해 초부터 방통위 지원을 받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교수가 이날 선보인 CDNi는 중간 결과물인 베타 버전이다. 기존에는 사업자 간 망에 CDN이 없어 콘텐츠를 이용하려는 사용자가 몰리면 속도가 느려졌다. CDNi를 통해 사업자 간 캐시(망 부하를 줄이기 위한 별도의 콘텐츠 저장소)를 구축하면 콘텐츠 원 서버에 상관없이 최상의 품질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 이를테면 KT 초고속인터넷 사용자가 SK텔레콤 서버에 있는 영상을 감상할 때 KT 서버 내 콘텐츠 이용과 같은 속도와 품질을 누릴 수 있다. 비용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 콘텐츠 제공기업(CP)은 한 곳에만 서버를 둬도 폭넓은 이용자층에게 동일한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 교수는 “CDNi는 통신사가 각자 따로 구축하던 콘텐츠 전달 체계를 서로 연동되는 생태계로 바꾸는 것”이라며 “통신사업자 간 공동 네트워크 선진화를 꾀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의 의기투합은 구글·아카마이 등 글로벌 기업의 네트워크 시장 잠식에 대항하는 의미도 있다. 정기태 KT 유무선네트워크연구소 상무는 “구글은 콘텐츠 경쟁력을, 아카마이는 전 세계에 구축된 CDN 인프라를 바탕으로 콘텐츠 배달 시장에서 패권을 장악한 상황”이라며 “CDNi는 통신사가 협력을 통해 이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연구개발이 끝나고 과금체계·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 이르면 2013년 CDNi 시범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임용재 방송통신위원회 PM은 “글로벌 통신사업자들 간 CDN 연동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CDNi 구축은 일종의 글로벌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