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주의 의사결정론의 창시자로 알려진 게리 클라인의 역저 `인튜이션`이 번역돼 국내 서점가에 나왔다.
그는 지난 1978년부터 자신의 이름을 내건 클라인연구소(Klein Associates Inc.)를 운영하면서 인간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한 모델을 연구해왔다. 클라인연구소는 인지과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단체로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는 헤일로 프로젝트(Project Halo)와 MS 공동 창립자였던 폴 알렌이 경영하는 `불칸`의 기술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의 이론은 노벨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함께 의사결정이론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고 있다.
`인튜이션`은 사람들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문제를 해결하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가 강조되는 시대에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직관이 어떻게 더 옳은 결정을 끌어내는지 설명한다. 40년간 인지과학 분야를 연구한 저자는 탁월한 직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멘탈 시뮬레이션, 레버리지 포인트, 보이지 않는 것 보기, 스토리텔링, 유추와 비유, 팀마인드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멘탈 시뮬레이션, 레버리지 포인트, 보이지 않는 것 보기, 스토리텔링, 유추와 비유, 팀마인드 등을 활용하면 어떤 업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내리거나 받을 때 중요한 사항이 빠지지 않았는지 살필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내리는지, 어떻게 그것을 능숙하게 하는지 등 수십년동안 심리학자들의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미스터리를 해결하려 했다. 의사결정 모델에 따르면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많다. 좋은 선택을 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적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 클라인은 사람들이 현명한 결정을 내리는 힘의 근원을 이책에서 파고들고 있다.
인간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능력의 근원은 무엇일까? 논리적 사고가 인류를 만물의 영장으로 이끌어준 원초적 힘이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문명을 일으키고 자연현상의 본질을 파악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기기를 창조해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왔다. 이러한 성공의 이면에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가 있다. 이제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인간의 힘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복잡한 연산을 컴퓨터가 해결하는 시대에서 분석적 능력은 의사결정의 중요한 방식이 되었다.
그렇다면 분석적이고 수치를 바탕으로 한 의사결정만이 중요한 가치일까? 분석적 방식이나 수치를 통한 정교한 사고만이 의사결정의 모든 것일까? 반대로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인간 사고에는 늘 오류만이 따를까? 이 책은 새로운 시각에서 이 질문에 답을 시도한다.
인류가 이제까지 간과한 의사결정의 힘을 분석적 방식과 거리가 먼 직관, 멘탈 시뮬레이션, 은유, 스토리텔링이라는 자연주의적 방식을 소개하고 다양한 사례를 들려준다. 이런 방식들은 인간의 또 다른 힘인 것이다. 우리는 다양하고 급박한 상황에서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직관(인튜이션)은 더 나은 방식을 찾도록 해준다. 데이터 홍수라고까지 말하는 빅데이터 시대에 데이터를 근거로 한 분석적 의사결정의 가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종종 직관적 의사결정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어려움에 처했을 때 전문가가 던지는 정곡을 통해 문제의 해법을 떠올리는 경우가 있다. 놀랍게도 전문가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쉽고 작은 변화에 불과할 때도 있다. 이처럼 상황을 완전히 변화시키는 작은 변화를 `레버리지 포인트`라 한다. 작은 힘으로도 큰 바위를 움직일 수 있듯이 작은 변화로 큰 문제를 해결하거나 상황을 반전시키는 힘을 의미한다. 직관(인튜이션)의 방법 가운데 하나인 레버리지 포인트를 찾으면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강력한 힘을 얻을 수 있다.
복잡한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지만 그 과정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직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바탕으로 나왔는지가 중요하다. 일순간 번뜩이는 생각처럼 보이지만 탁월한 직관은 풍부한 경험에서 나온다.
또한 직관이란 여러 복잡한 상황에서 어떤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이라 할수 있다. 신생아실에서 숙련된 간호사들이 패혈증 증세가 있는 신생아를 찾아내는 능력은 수년 동안 쌓아온 관찰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다. 직관은 경험과 관찰을 통해 자신도 모르게 인식한 패턴을 저장해둔 멘탈 데이터베이스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 사람이 쌓아온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교육시키면 직접 경험하지 않고도 그 능력을 공유할 수 있다. 전문 영역이나 유사 사례를 정리해 보통사람들도 서로서로 살펴볼 수 있도록 훈련시키는 방법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의 역량이 아닌 조직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식이 대두되고 있다. 과거 개인의 직관 능력으로만 치부하던 능력을 데이터화해 신속하게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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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