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디엄]<114> 명불허전

인터넷 기사의 주장이나 성향이 그 기사를 낸 매체에 대한 평소 이미지와 일치할 때 쓰는 말.

보통 특정 매체나 인터넷 커뮤니티의 이름을 붙여 `명불허전 ○○○`이란 형태로 쓰인다. 자신과 성향이 다른 매체의 기사를 접했을 때, 그 기사에 담긴 주장이나 현상에 대한 해석 방식이 평소 자신이 생각하던 그 매체 특유의 전형적 논조와 일치할 경우에 주로 쓴다.

따라서 이 표현은 주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매체의 기사를 `편향적`이라며 비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터넷에서 해당 매체 특유의 성향이 담긴 기사를 읽었을 때 `역시 명불허전 ○○○`이라고 댓글을 달면 적절하다.

본래 `명불허전`(名不虛傳)은 `이름은 헛되이 전해지는 법이 아니다`라는 뜻의 고사성어다. `명성이나 명예가 널리 알려진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이르는` 칭찬과 감탄의 표현이다. 하지만 요즘 인터넷에서는 주로 편향적 주장을 반복하는 언론을 비꼬는 의미로 많이 쓰인다.

박근혜 후보의 실언을 변명해 주는 보수 언론 기사 댓글에는 `역시 명불허전 데○리○` 같은 댓글이 달린다. 30년 전 있었던 기뢰 폭발 증언을 천안함 폭침과 연결해 의혹을 제기하는 진보 신문 기사는 `명불허전 한○○`라는 소개와 함께 인터넷 게시판에 소개된다.

명불허전의 의미 변화는 인터넷 공간의 특성을 반영한다. 기사를 되도록 객관적으로 포장하려는 기존 언론과 달리, 인터넷 매체나 커뮤니티는 직접적인 의견 표명을 마다않는다. 사용자 역시 자기 생각과 같은 사람들과 모여 뜻에 맞는 글만 읽는다. 매체는 사용자 성향을 반영해 더 편향적으로 바뀌고, 이는 그대로 매체의 성격으로 굳어진다.

타깃 독자를 겨냥한 맞춤형 매체지만 토론과 합의의 전통이 짧은 현실에선 여론의 양극화를 부채질한다. 포털 중심 뉴스 소비도 `명불허전`의 탄생에 한몫했다. 포털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접하면 기사 출처를 알기 힘들다. 클릭해 기사를 한참 읽고서야 기사의 논조를 깨닫고 자신과 성향이 다른 매체 기사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매체에 선입견이 생기면서 `명불허전`을 외치게 된다.

* 생활 속 한마디

A: 김이사가 사석에선 회장님의 걸그룹 테마파크 사업을 비난하다 업무 보고 때엔 `그룹 신성장동력`이라고 추켜세웠다죠.

B: 역시 명불허전 김실장~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