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 투자자들이 요즘 모바일에 푹 빠졌다. 이동 중이거나 게임·전화를 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주식에 투자하는 시대가 됐다. 바로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새로운 주식투자 풍경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8월 모바일을 이용한 하루 주식 거래금액이 1조2374억원을 기록했다. 3년 사이 다섯 배가 커졌다. 이는 하루 전체 거래대금 14조원에 비하면 여전히 10%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 비중이 30% 안팎에 그치고 거래비중이 큰 기관과 외국인은 전용시스템을 사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투자자 4명 중 1명은 모바일을 이용하는 셈이다.
반면에 2000년대 이후 개인투자자의 주식창구로 활용되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이용은 주춤하다. 전체 주식거래 중 HTS 거래대금 비중은 2009년 56.68%에서 2010년 52.11%까지 줄었고 지난해에는 절반 아래인 49.59%까지 떨어졌다. 올해 46.52%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주식 투자 창구가 10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 주식투자 창구는 어떻게 변화할까.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선 과거 걸어온 길을 되짚어봐야 한다.
◇주식 매매 변천사
1990년대 초 주식을 매매하고 관련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은 단순했다. 주변 증권사 객장을 찾아 상담직원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방법이 거의 유일했다. 통신수단이라고는 전화와 팩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주식시장이 활황이면 객장마다 주문을 하는 손님들이 넘쳐났다. 당시 주문을 낼 수 있는 단말기는 지점당 한 대에 불과했다.
1990년대 초반 증권사에 입사했다는 한 임원은 “증시 활성화 조치라도 있는 날이면 장이 시작하기도 전 예약 주문이 몰려 오전 9시에 문을 닫는 사례도 있었다”고 술회했다. 또 시장이 급락세로 돌아서면 객장에서 항의와 시위가 발생하는 사례도 빈번했다.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도 제한적이었다. TV나 신문·입소문 등이 전부였다. 그나마 증권사 직원은 일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행하는 상장사 현황을 가지고 투자했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등장은 분위기를 대거 바꿨다.
PC통신에 이어 종합정보통신망(ISDN)과 비대칭가입자회선(ADSL) 등이 등장하면서 인터넷 덕분에 실시간 정보전달이 가능해졌다. 이를 기반으로 증권사들은 하나, 둘 HTS를 내놓았다. 주식시장 매체 변화는 이처럼 통신기술의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반짝 유행했던 매체도 있다. 바로 전용단말기다. 1990년대 중반 문자를 수·발신할 수 있는 삐삐(호출기) 보급이 확산되면서 간단한 주문을 낼 수 있는 전용단말기가 유행했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 늘면서 자취를 감췄다.
HTS가 주류로 떠오른 것은 국내 인터넷 서비스 보급이 확산된 데 따른 것이지만 많은 변화가 수반됐다.
우선 주식매매 주도권이 증권사에서 개인에게 넘어갔다. 증권사 직원에 위탁해 매매하던 구조가 개인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사고팔 수 있게 됐다. 매매 수수료도 낮아졌다.
키움증권·이트레이드증권 등 온라인 증권사 등장은 수수료 경쟁을 유발했다. 투자자로서는 저렴한 비용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투자자가 직접 주식을 매매하면서 객장이 한산해진 것도 또 다른 변화다.
증권사 수익구조도 바뀌었다. 증권사 대형화와 함께 무한정 늘어날 것으로 보였던 증권사 지점도 축소 중이다.
정보를 구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2000년대 들어 기업 홈페이지가 구축되고 1999년 금융감독원이 전자공시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일반인도 상장사 정보에 접근하는 통로가 확보됐다.
◇HTS 어디까지 진화할까
2000년대가 인터넷 시대였다면 2010년 이후는 스마트폰시대다. 스마트폰 시대의 특성은 PC보다 개인화가 더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에 앱(애플리케이션) 하나만 깔면 선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주식 투자가 가능하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이용하면 정보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통신 속도와 스마트폰 기능이 진화하면서 앱의 모습도 다양해졌다. 기업과 산업 분석 정보는 물론이고 보유 주식 컨설팅까지 받을 수 있다. 금융상품도 주식부터 파생상품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해외 주식시장 투자 지역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투자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즐길 거리도 주식거래 앱에 있다. 골프 예약, 전자책, 음악 등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보다 방대한 정보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각 증권사는 모바일을 클라우드로 연결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앞으로 투자자로서는 획득한 정보를 누가 잘 서비스해주는지가 관심사가 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기대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주식거래 앱은 전문 투자자가 사용하는 시스템 트레이딩 영역을 넘볼 수 있다.
무한한 변수를 시스템에 집어넣고 컴퓨터를 돌려 최적의 투자 포인트를 찾는 알고리즘 트레이딩이다. 주로 기관투자자들이 대량의 주식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작게 잘라 투자하는 트레이딩 방법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면 이러한 기대도 무리는 아니다. 다만 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이를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어떤 모델을 따르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HTS와 스마트폰 앱처럼 주식의 투자방법은 기술변화와 시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계속 진보할 것이다. 하지만 주식이란 기업을 구성하는 요소고 기업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에서 주식투자는 단순한 숫자놀이가 아니다. 정량화할 수 있는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아무리 기술이 진화하고 데이터 분석이 정확해도 결국 최종 투자는 사람의 영역이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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