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5`에 SK텔레콤의 멀티캐리어(MC) 기술을 탑재하기로 했다. 그동안 특정 통신사 소프트웨어(SW) 탑재를 일절 허용하지 않던 전략이 처음 바뀐 것이다.
애플이 이례적으로 기존 정책을 바꾼 것은 통신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전송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롱텀에벌루션(LTE) 환경에 대응하려면 MC같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밖에 없다. MC 기술을 도입하면 데이터 트래픽이 폭증해도 원활한 통신이 가능하다.
애플의 MC 기술 채택은 우리나라 통신기술이 세계를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SK텔레콤의 MC 기술을 애플마저 받아들이면서 세계 각국 통신사가 이를 벤치마킹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미 CDMA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해 세계 주도권을 가진 경험이 있다. 세계 각국이 한국 CDMA 기술을 벤치마킹하면서 한국 휴대폰과 통신장비가 각국으로 수출되는 수혜를 누렸다.
MC 역시 비슷한 성과가 기대된다. 당장 SK텔레콤 MC 기술 구현에 도입한 통신장비 상당수가 삼성전자 등이 개발한 국산 장비여서 해외 진출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도 MC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해외 업체보다 한발 앞서 선보였다. 향후 SK텔레콤 MC 기술을 벤치마킹하는 해외 통신사에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3세대(G) 통신 시장에서는 뒤졌지만 LTE에서는 앞서가자`라는 구호가 점점 현실화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LTE 기술은 아직 초창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LTE 어드밴스드`로 빠르게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모바일 업계가 모처럼 잡은 주도권을 이어가려면 MC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앞으로도 통신·단말·장비업계가 `LTE 코리아`를 위해 맞잡은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