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동통신시장에서 `출구전략`을 모색해왔던 T모바일이 현지 통신사를 합병하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독일 도이치텔레콤이 미국 메트로PCS를 합병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이 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이치텔레콤은 T모바일USA를 소유하고 있으며 메트로PCS는 미국 지역 통신사업자다.
도이치텔레콤은 이날 독일 본에서 열리는 감사회(Supervisory Board)에서 합병안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두 회사를 하나로 합쳐 T모바일이 대주주가 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구체적 거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합병으로 미국 통신시장 구도가 크게 바뀌진 않는다. T모바일(3320만명)과 메트로PCS(930만명)의 가입자를 더하면 4250만명으로 버라이즌(9420만명), 스프린트(5600만명) 등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합병을 통한 투자비 절감 등의 효과로 T모바일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프랑스 투자자문사 오도시에는 양사 합병으로 비용절감 효과가 최고 1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AT&T와 합병 등 T모바일의 출구전략을 검토해오던 도이치텔레콤이 돌연 합병을 택한 것은 유럽시장에서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평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 등 동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위기에 빠진 도이치텔레콤이 자사 수익의 25%를 차지하는 T모바일 USA를 통해 자금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합병으로 비상장 회사인 T모바일은 `역상장(Reverse IPO)` 방식으로 상장 효과를 얻게 된다. 역상장이란 비상장회사가 상장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상장하는 것을 말한다. T모바일은 최근 미국 모바일 통신탑을 매각해 24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T모바일은 아이폰 판매권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지난 6월까지 최근 2년간 276만명의 가입자가 빠져 나가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AT&T에 390억달러 규모 매각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말 규제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