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넘게 M&A에 쓴 넥슨, 곳간이 비었을까, 넉넉할까?

넥슨은 2008년 이후 인수합병(M&A)에 2조1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했다. 지난해 일본 도쿄 증시 상장으로 1조3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지만 올해 들어서만 그 이상을 썼다. 과연 넥슨의 곳간 사정은 어떨까.

넥슨은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 증시 상장으로 910억엔(한화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확보했다. 이후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에 8054억원, 일본 모바일 게임사 글룹스 인수에 5300억원을 들였다. 수치상으로는 기업공개 자금이 바닥났다.

속을 들여다보면 넥슨 곳간은 여전히 넉넉하다. 인수한 기업의 게임 흥행 성적이 더 올라가면서 현금이 더 들어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넥슨은 여전히 M&A에 쓸 총알을 충분히 갖고 있는 셈이다.

넥슨 관계자는 “2분기 말 기준으로 예금을 비롯한 현금성 자산은 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분기 매출이 4000억원을 웃돌고 영업이익율은 40%를 넘는 만큼 추가 현금 동원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JCE의 모바일 게임 `룰더스카이`는 연매출 4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지난해 3400억원을 넘게 번 글룹스까지 자회사로 확보하면서 연 매출 2조원도 가능해졌다. 글룹스 인수도 새로 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보유 현금으로 충당했다.

넥슨은 일본 매출 확대에 포석을 마련한 만큼 향후 북미, 유럽 사업 강화를 위한 게임사 인수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최근 5년간 2조원을 들여 인수한 기업들은 모두 주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최승우 넥슨 일본법인 대표도 지난 6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미와 유럽 게임사 인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북미 게임사 밸브 인수 추진설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왔다.

앞장서 기업인수를 추진하는 김정주 넥슨 창업주 외에도 박지원 이사 등 주요 임원들이 직접 투자 이슈를 챙긴다. 최근에는 신규사업센터를 신설하고 투자 관련 조직을 강화했다. 신규사업센터는 외부 게임사 투자는 물론이고 신규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 등 대형 타이틀의 넥슨 서비스를 주도했던 조성원 센터장이 맡았다. 서민 대표 휘하 투자지원실도 따로 두고 스타트업을 비롯한 국내외 게임사의 정보를 두루 수집한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넥슨은 과거 EA가 그랬던 것처럼 내부 혁신을 위한 투자보다는 지속적인 외부 게임사 M&A로 성공했다”면서 “모바일이나 소셜게임 등 넥슨이 취약한 영역을 보충할 게임사 추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넥슨 주요 M&A 사례

2008년 네오플 인수 3852억원

2010년 엔도어즈 인수 1200억원

게임하이 인수 2000억원(추정)

2011년 JCE 인수 896억원

2012년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8045억

일본 글룹스 인수 5300억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