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성공과 실패

전구를 발명할 때 토머스 에디슨은 실험을 무려 2000번이나 했다. 한 젊은 기자가 그에게 그토록 많이 실패했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묻자 에디슨은 이렇게 말했다. “난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단지 2000번의 단계를 거쳐 전구를 발명했을 뿐이다.”

보름여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우리나라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마지막 3차 도전에 나선다. 나로호 1단(하단)부 제작을 맡은 러시아 흐루니체프사는 세 차례까지만 우리나라에 로켓을 공급한다. 따라서 나로호는 결과와 관계없이 이번이 마지막이다.

일정이 다가오면서 나로호 3차 발사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에는 성공할지 아니면 또다시 실패할지를 두고 예측이 쏟아진다. 성공을 점치는 쪽은 두 번 실패를 교훈삼은 세 번째라는 이유를 제시한다. 실제로 많은 보정 작업이 있었다. 반면에 우리의 빈약한 로켓 기술로는 이번에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예측도 있다. 일부에선 우리나라 우주개발 사업이 나로호의 성공과 실패에 달린 것처럼 얘기한다.

나로호가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나라 우주개발 사업 자체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나로호와 별개로 2021년까지 1조5449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한국형 발사체(KSLV-Ⅱ) 사업이 함께 진행된다.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목표는 2021년까지 아리랑 위성과 같은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에 올려놓을 수 있는 우주발사체를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것이다.

나로호가 1단 추진체를 러시아에서 제작해 들여오는 반쪽짜리 로켓이라면, 한국형 발사체는 순수한 국산 로켓이다. 나로호 발사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을 위한 과정이다. 성공과 실패로 양분하기보다 국산 로켓을 만들기 위한 단계로 봐야 한다. 3차 발사를 앞둔 우리에게 `실패`를 `단계`로 규정한 에디슨의 혜안이 필요한 때다.

윤대원 벤처과학부 차장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