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동통신업체 텔레포니카가 고객 `빅데이터`를 팔기 시작했다. 최근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과 영국 이통사 보다폰이 내비게이션 업체 톰톰에 이용자 데이터를 판 것보다 훨씬 방대하고 구체적인 수준이다. 수익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텔레포니카가 유럽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렸다.
9일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텔레포니카가 고객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파는 `스마트 스텝스(Smart Steps)`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서비스는 텔레포니카의 기지국 통신 트래픽을 분석해 시간대별로 유동인구 등을 추정한 위치정보 데이터를 모아 기업에게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핸드백 가게를 오픈하려는 자영업자가 매월 휴대폰 요금 160달러 이상 내는 구매력 있는 30대 여성 잠재 고객이 몰리는 지역을 찾고 있다. 그가 이 같은 조건을 텔레포니카에 제공하면 수집한 위치정보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엉뚱하게 20대 초반 남성들이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매장을 내는 오류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통신사 이용자 데이터 수집은 트래픽 분산 관리 등에만 이용돼왔다. 특히 유럽에서는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기준이 엄격해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금기시됐다. 업계는 텔레포니카의 이번 시도가 빅데이터 기반 수익 창출에 물꼬를 틀 수 있을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제레미 그린 오범 애널리스트는 “이제 통신사들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부산물(data byproduct)`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며 “음성과 문자 수익이 감소하고 있는데다 새로운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생겨난 일”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독일 시장조사업체 Gfk와 제휴해 런칭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데이터 가격은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고객 요구에 따라 조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다음달부터 독일, 브라질, 영국에서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스테판 슈록 텔레포니카 디지털 부문 총괄은 “개인정보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데이터는 익명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개인 행적을 쫓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실시간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많은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순발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