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이 `약육강식` 무대로 자리를 옮겼다. 불과 2년 전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할 미래에너지라며 온갖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때 정부 보조금으로 잘나가던 기업은 파산신청을 냈다. 일부는 `헤어날 수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살아남는 기업이 최종 승자가 된다`는 말이 이제 업계 격언이 됐다. 2년 전에 시작된 태양광 산업계 치킨게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폴리실리콘 ㎏당 가격은 지난해 50달러에서 20달러로 추락했다. 웨이퍼는 1달러, 모듈 역시 와트당 0.8달러까지 떨어졌다. 수익을 내야 할 기업은 죽을 맛이다.
최근 정부 보조금에서 탈피해 자생력을 갖추려는 태양광 기업이 늘어났다. `보조금에 살고 보조금에 죽는다`는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행의 틀을 부순다. 생산량을 줄이는 대신 전력저장장치(ESS)와 융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한 중소기업은 이미 배터리 대기업과 `태양광+ESS` 융합 모델 만들기에 돌입했다. 일부는 사막의 태양에너지를 겨냥한 대면적 솔라팜으로 중동 시장을 노크한다. 언제까지 확산되지 않는 국내 시장과 정부 지원만을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품에서 프로젝트로 명함이 바뀌고 있습니다. 1세대 태양광 시장이 따로 또 같이였다면 2세대는 `기술 융합`입니다. 이를 실천하는 기업만이 불황의 긴 터널을 가장 먼저 빠져나올 것입니다.” 전자신문이 지난달 개최한 `그린오션포럼 2012`에서 만난 한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지난 4·5년간 정부와 기업은 많은 돈을 투입해 우리만의 차별화된 기술을 만들어 냈다. 일본이 국내 태양광 모듈을 잇달아 선택하는 것도 물량과 낮은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중국 기업과 차별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이 곳곳에 흩어진 첨단 기술을 한곳으로 모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지만 같이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말처럼 지속성장을 위한 `상생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주에 태양광 산업 발전과 학술 교류를 위한 `태양광발전학회`가 출범한다.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과 학술활동, 기술이전 등이 핵심 업무다. 관련 업계는 이 학회가 우리나라 에너지 독립을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 참여하는 사람들 면면이 업계에서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긴 터널이라도 끝은 있고 햇빛은 보이게 마련이다.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쟁을 치르고 있다. 자고 나면 가격이 올라가는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기 위해 그린에너지 개발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곧 다가올 그리드패리티 시대에 대비하려면 태양광 업계의 `기술 융합`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글로벌 에너지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다.
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