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인터넷을 구축한 3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 다운로드 2억건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방송 분야에서는 고선명(HD) 디지털 전환이 이뤄진다. 세계는 디지털 전환이 마무리돼가면서 HD 이후의 시대 즉, 포스트HD에 대비하는 `방송3.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했다.
인터넷이 영상 전송의 주요 매체로 등장하고 디지털 방송 전환과 함께 방송 국경이 사라져 영상 생산과 소비가 글로벌화하고 있다. 3차원(D)·초고선명(UHD) 등 실감방송이 차세대에 대비할 과제로 등장했다. 방송장비 산업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등 서비스 위주로 전환하며 소니 등 일본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춘 미국 기업으로 중심이 바뀌고 있다.
미디어 생태계 개념이 등장해 구글·애플 등 플랫폼 사업자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 유통구조로 재편됨에 따라 이들 글로벌 기업은 TV 등 단말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해 경쟁 기업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방송3.0 시대 연구가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FoBTV(Future of Broadcast Television)협력기구가 설립됐다. 북미에서는 신규 지상파 표준으로 ATSC3.0 연구를 시작했다. 유럽에서는 DVB-x2 규격을 완성해 지상파·케이블 등에 적용하며 규격 확장을 위한 표준화를 진행 중이다. 최근 구글은 구글TV2.0을 탑재한 TV를 선보였다.
세계가 다음 세대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방송에서 선두그룹에 상당히 뒤처져 있다. 오는 12월 우리가 디지털TV로 전환을 마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28번째가 된다. 전환을 못한 나라는 5개국만 남는다. IPTV 서비스도 미국·유럽 심지어 중국 등이 이미 서비스를 시작한 뒤인 2008년 말에나 시작했다. 방송장비 기술도 국산화율 24%로 낙후됐다. 단말 분야를 제외하고는 수출은커녕 내수에서조차 경쟁력이 없다. 자체 플랫폼이 없는 국내 방송국은 앞다퉈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며 종속되는 길로 가고 있다.
하지만 패러다임 전환기를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다행인 점은 생태계의 주요 축인 한류라는 콘텐츠 분야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또 TV·셋톱박스 등 단말과 디스플레이, 통신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 이용자도 세계적으로 얼리어답터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우리에겐 방송통신 분야 역량을 펼쳐 보일 장이 준비돼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바로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스포츠와 방송은 불가분 관계다. 특히 올림픽은 컬러TV·케이블TV·인터넷 방송 및 3D TV 등이 일반화하는 기폭제였다.
이렇게 보면 포스트HD라 일컫는 방송3.0 시대에 우리나라가 세계 방송통신 발전에 앞장서는 것은 필연이다. 먼저 차세대 방통 융합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다음 세대 인터넷을 위한 `미래 인터넷` 연구가 지난 10여년 동안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통신 분야 위주였다. 앞으로는 방송과 통신을 아우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입체 UHD 영상 단말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장감과 실감을 제공하는 미래 영상 시스템을 정의·제작·전송하는 플랫폼과 테스트베드에서 퍼스트 무버가 돼야 한다. 일본과 미국에서 제작한 차세대 영상시스템과 테스트베드로 단말을 만드는 것은 한계가 있다.
또 평창동계올림픽을 우리 방송통신 기술과 제품을 홍보하는 자리로 삼아야 한다. UHD·스마트방송·모바일방송·글로벌 영상 생태계 등 시스템과 기술을 개발해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세계인에게 선보임으로써 방송과 통신이 융합된 차세대 인프라와 산업기술을 선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기여와 공헌이 없는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고 한다. 이제 소통의 중심이 영상으로 옮겨왔다. 영상을 제작·편집·전송·소비하는 중심 매체로서 방송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진화를 서둘러야 한다. 이는 우리가 세계의 방송통신 문화와 기술 발전에 공헌하고 방송3.0 시대에 성장을 이어가는 길이다.
박현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DTV/방송 PD hjpark@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