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덮친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계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많은 기업이 `긴축` `혁신`을 외친다. 경비 절감과 투자 축소는 기본이다. 구조조정도 눈에 띈다. 쓰러지는 기업도 한둘이 아니다.
내수는 물론이고 수출도 성장세가 둔화했다. 경기는 위축될 대로 위축됐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의 터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참는다. 강한 기업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끝까지 살아남은 기업이 강하다는 진리가 새삼 피부에 와 닿을 정도다.
대기업도 줄줄이 투자를 줄이는 마당에 정보기술(IT) 벤처가 내년에 연구개발(R&D)을 중심으로 한 투자를 늘린다고 한다. 장기화하는 불황 속에서 대기업도 아닌 벤처가 투자를 확대한다는 것은 많은 것을 나타낸다.
실제로 지식경제부와 벤처기업협회가 1800개 IT벤처를 대상으로 실시한 `IT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IT벤처의 내년 평균 투자 규모는 올해 목표치인 2억8900만원보다 6.7% 늘어난 3억8000만원이다. 이 가운데 R&D 분야 투자는 올해 1억9300만원보다 13.5% 많은 2억93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오히려 설비투자 규모는 올해 8300만원에서 내년에는 7700만원으로 감소했다.
해외 투자 역시 미미한 수준이다. 제품 생산량을 늘리는 등의 설비투자가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 R&D 중심 투자라는 점이 더욱 희망적이다.
특히 조사 대상의 45.1%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R&D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어서 더 고무적이다.
힘든 시기를 견디지 못하고 포기하면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한다. 어차피 피하지 못할 것이라면 오히려 적극적인 자세로 즐기는 편이 낫다.
불황에는 전열을 가다듬고 기나긴 어둠의 터널을 빠져나갔을 때 속력을 낼 수 있도록 기초 체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불황에도 과감한 투자결단을 내리는 벤처의 도전정신이 우리 경제 회복의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