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제조업이 결합해 사회적 생산기법이 확산되는 3차 산업혁명 시대는 누구나 발명가이자 기업가가 될 수 있다.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중국식 대량 생산체제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롱테일 이론`의 창시자인 크리스 앤더슨 와이어드 편집장은 9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2 전자정보통신산업대전` 기조강연 후 전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뛰어난 아이디어를 바로 제조로 연결하는 `소규모 맞춤생산`이 현실로 다가왔다”면서 “한국도 제조업에서 개방형 혁신이 일어나는 3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앤더슨 편집장은 금속, 고무, 플라스틱 등을 재료로 모형이나 구조물을 쉽게 만드는 3D 프린터가 이미 상용화를 넘어 대중화 단계로 접어들어 집이나 학교에 빠르게 확산되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이 움직임은 중국, 인도 등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산업 패러다임까지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를 `3차 산업혁명`으로 정의했다. 1,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던 20세기에 대량 생산이 산업 논리에 가장 적합하다고 여겨졌지만 이제 달라졌다는 얘기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개인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호에 맞춰 다양한 생산을 한다는 `생산과 유통의 민주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이 손댈 수 없는 엄청난 규모의 틈새시장 창출이 가능한 시기가 온 것이다.
앤더슨 편집장은 빠르게 확산되는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도 예로 들었다. 이용자가 여기에 월 가입비 1100달러만 내면 제조에 필요한 장비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기술 숙련 교육도 받고,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 아이디어 하나로 소상공인과 경쟁하는 시대가 왔다.
디지털 및 인터넷 혁명이 개방형 제조 플랫폼과 결합한 `사회적 생산` 시스템 구축 덕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리콘밸리의 `킥스타터`와 같은 클라우드 소싱 모델도 이상적으로 봤다. 그는 이 같은 생각을 지난주 영국, 미국 등에서 발간한 새 저서 `메이커스(makers)`에 담았다.
앤더슨 편집장은 이 흐름이 한국 제조업에 위기와 동시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하드웨어 제조로 본다면 한국은 분명 세계 우위를 점했지만 개방형 혁신 문화가 정착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개방형 혁신은 기업이 연구개발(R&D) 과정부터 대학이나 타 기업 연구소 등의 외부 지식과 기술을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는 “한국 제조업도 조속히 개방형 협업에 나선다면 제3차 산업혁명에서 우위에 설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