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천재적 기질과 재능을 보유한 르네상스적 인간의 전형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주어진 도구를 활용해 순식간에 위기를 탈출하는 해결사 맥가이버를 데리고 낭떠러지에 가서 두 사람을 동시에 갑자기 낭떠러지 아래로 밀어버렸다. 과연 두 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가정이지만 다 빈치는 자신이 보유한 다양한 지식을 융합해 위기를 탈출할 방법을 고민하다가 그대로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해서 죽었을 것이고, 맥가이버는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하다가 순간적인 임기응변을 발휘해 나뭇가지를 잡고 다양한 수단과 방법,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를 활용해 다시 정상으로 기어올라 왔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하나의 정답이 없는 불확실한 상황의 연속이며 이전에는 직면한 경험이 없는 새로운 위기 상황이 연속되는 삶이다. 이런 상황은 아무리 다양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신속하게 의사결정하고 판단해서 과감한 행동을 취하지 않으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운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위기 상황의 연속이다.
다 빈치는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과 식견을 갖추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직면한 진퇴양난의 위기 상황에서 이런저런 지식을 융합해서 손을 쓰기 전에 추락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다 빈치가 습득한 지식과 식견은 주로 위기 상황이라기보다 자신이 시간과 환경을 통제하고 제어할 수 있는 자유로운 상황에서 습득한 노하우기 때문이다.
반면에 맥가이버의 지식은 매 순간 직면하는 다양한 위기 상황에 기존 지식을 적용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라기보다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목숨을 걸고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하는 가운데 체득한 살아 있는 지혜다.
맥가이버는 언제나 사전에 계획한 대로 움직이지 않고 순간순간 직면하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생각하면서 신출귀몰(神出鬼沒)의 행동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통쾌함과 함께 경이로운 위기 탈출 능력을 보여준다. 맥가이버는 다 빈치처럼 모든 분야에서 천재적인 기질을 발휘할 수는 없어 보이지만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체험적 노하우와 기존 도구를 활용해 능수능란하게 탈출하는 탁월한 문제 해결사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