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모들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폐질환이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라는 역학조사 결과는 국민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산모들이 잇따라 숨지면서 국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이후 보건복지부는 살균제를 유해성 물질로 지정해 판매를 중단시키는 동시에 가습기 항균부품 역시 유해물질로 분류해 판매를 금지시켰다. 가습기 살균제에 준하는 유해성이 항균부품에도 있다고 간주한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 가습기 업계는 도산 위기에 처했다. 가습기 항균부품은 가습기 내 물때 생성을 방지하고 유해 박테리아 번식을 억제하는 필수 부품이다. 항균부품이 없으면 박테리아나 미생물이 쉽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가정 내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는 보고서에서 항균부품은 금속이온이 주성분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고 밝혔다. 한국환경수도연구원과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역시 항균부품의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은 국내 기업이 생산한 항균부품을 수입한 뒤 가습기에 탑재해 재수출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의 지나친 대응이 가습기 업계의 고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관련업계는 정부가 해당 부품의 위해성을 제대로 판명하지 않은 채 고시를 개정하면서 가습기 시장을 빈사 상태로 만들고 있다고 반발한다. 특히 항균부품을 탑재할 때 식약청에 별도 허가를 얻어야 하고 비용도 모델당 15억원이 들어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소비자 보건문제와 직결돼서는 안 된다. 이는 엄격한 법 규제로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 산하기관이 유해성이 없다고 판단한 부품까지 포괄적 제도에 포함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상황을 연출하는 과잉 대응으로 산업계 혈관인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