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분야 스타트업 시대를 연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이 외면하던 제조부문 스타트업이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의 성공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간 VC는 `포스트 구글`을 표방한 소프트웨어 벤처 찾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소프트웨어 기업은 당장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더라도 성공만하면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넘어 영국 진출을 앞둔 킥스타터가 제조부문 스타트업 한계로 지적됐던 유통망, 마케팅, 재고 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떠오르며 재조명되고 있다.

제조분야 스타트업 시대를 연 크라우드펀딩 `킥스타터`

14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등의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7월 기준 6만4000여개가 넘는 프로젝트가 킥스타터를 통해 투자금을 받았다. 킥스타터 개발 플랫폼에 공개된 프로젝트 중 44%가 투자 유치에 성공, 2억4000만달러가 넘는 금액을 모금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페블 시계는 1000만 달러 이상, 콘솔게임기 오우야가 800만달러 등의 거금을 유치했다.

킥스타터는 아이디어를 가진 회사나 개인이 벤처캐피털이 아닌 일반 대중에서 십시일반으로 펀딩을 받는 플랫폼이다. 바로 크라우드 소셜펀딩이다. 킥스타터 사이트에 사업설명서와 함께 아이디어를 올리면 기부자(Backer)가 아마존 결제플랫폼을 통해 기부를 한다. 계속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오는 31일 영국 사이트도 공식 가동한다.

비슷한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로켓허브(RocketHub) 등은 9월 말 기준 이용자수가 불과 6개월 만에 1200% 폭증했다.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기부자는 자신이 투자한 프로젝트에서 나온 제품을 가장 먼저 받아볼 수 있다. 즉 투자자가 초기 구매자가 되는 형태다. 유통망은 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하고 투자자가 입소문을 내면서 마케팅까지 가능하다. 대형 VC들이 객관적인 시장성으로만 평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닐 라이머 인덱스벤처스 창업자는 “킥스타터는 VC업계가 다시 눈을 돌릴 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프로젝트”라며 “좁은 시야에 갇혀 있던 IT 업계에 혁신이 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한계점도 명확하다. 최근 미국 PC제조업체 Xi3와 칩 제조업체 어댑테바가 킥스타터에 올린 제품은 `지나치게` 혁신적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킥스타터 프로젝트 중 디자인 앤 테크놀러지 부문 아이디어 제품은 전체 4.1%에 불과하지만 모금액 총액 중 20%를 차지한다. 하지만 그 중 75%가 제품 출시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레미 스캇 스마트벤처캐피털 파트너스는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지 답보할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펀딩 창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품 출시 직후 미디어의 관심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