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출 전략도 업그레이드 하자

부존자원이 없는 대한민국의 최대 무기는 사람과 기술이다. `궁즉통(窮則通)`이라고 했던가. `궁하면 통하리라`는 말은 대한민국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인재와 기술이 결합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기초 원자재를 수입해서 가공해 되팔아 이윤을 남긴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지난해 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하며 세계 9대 무역국 대열에 올라섰다. 1964년 무역 1억달러를 달성한지 47년 만이다.

수출 방법과 형태도 진화를 거듭한다. 상품을 다른 나라에 팔고 상응하는 금액을 돈으로 받는 일반적인 수출이 있는가 하면 상대편에 상품 구입자금을 빌려주고 나중에 이자를 포함해 받는 방식도 있다. 최근 대규모 플랜트 수출에 이런 방식이 적용되는 사례가 많다.

통신장비 분야에서도 당장 구매력이 없는 기업이 장비판매사에서 자금을 대출받은 뒤 장비를 사고 이자를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벤더파이낸싱(V.F)이 유행한다고 한다. 글로벌 장비업체들이 자금력이 없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 국가에 진출할 때 많이 활용한다. 구매자는 목돈을 들이지 않고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는 상품을 판매하면서 장기간 이자까지 받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통신장비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다 V.F 장벽에 막혀 수출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구매하려는 동남아 지역의 통신사업자가 장비 대금을 대출해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수출 기회를 잡았지만 V.F를 요구하는 기업이 많아 막대한 자금력이 없는 기업은 수출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 수출 프로젝트에 보증을 섰다가 피해를 본 경험이 있는 무역보험공사나 수출입은행도 상품 구입 기업의 신용도가 낮으면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 지식경제부 등 정부도 최근의 V.F 수출 추세에 맞춰 지원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늦지 않게 정책을 마련해 우리 기업이 잡은 수출 기회를 날리지 않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