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원이 투입된 시스템이 수수료 1000원 때문에 가동을 못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국증권금융이 지난 달부터 가동하기로 했던 주식 대여거래 풀시스템이 아직 멈춰 서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은 한국증권금융의 대여거래 풀시스템 가동에 맞춰 리테일 대여풀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당초 이 시스템은 지난달 25일부터 6곳이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2곳만이 준비중인 상황이다.
리테일 대여풀 서비스란 주식 보유 고객이 보유 주식의 대여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장기 주식보유자로선 주식을 대여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대여한 주식은 증권사를 통해 대차거래 투자자에게 주식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구조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들이 리테일 대여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중계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증권사로서도 주식 대여에 따른 추가 수익을 얻는 구조다.
표면적인 걸림돌은 수수료다.
한국증권금융 관계자는 “수수료 부담으로 인해 증권사들이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데이터 풀 서비스 이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여 풀 시스템의 전면적인 가동을 위해선 증권사들이 고객이 맡긴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맡겨야 하는 데 계좌 대체 수수료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금액이 바로 1000원이다. 고객이 맡긴 주식수와 가치가 얼마이든 1건당 부담하는 수수료가 1000원이다.
이를 증권사가 부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지만 증권사로선 수익을 내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증권사로선 한 고객이 2000만원 이상을 세 달 이상 맡겨야 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들이 수수료에 부담을 느끼자 증권사들과 함께 예탁결제원에 수수료 부과 면제를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미 서비스 중인 대형 증권사와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이미 서비스를 추진 중인 증권사는 수수료를 내고 있어 형평성 문제에도 어긋나고 수수료 부과는 금융위원회 결정의 몫이기도 하다”며 “수수료 부과를 면제하는 것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한국증권금융은 사전 수요예측을 제대로 못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시스템 가동 이전에 수요예측 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시스템 설치 이전에 해결할 문제를 이제와 언급하는 것은 논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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