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자금, 미국과 우리나라 `극과극`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한미, 연도별 벤처펀드 결성 추이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벤처펀드 결성이 확연히 엇갈린다. 우리나라 펀드 결성은 민간·연기금 참여 저조로 부진한 반면에 벤처 상장(IPO) 대박을 잇달아 터뜨린 미국에는 돈이 몰린다. 벤처펀드는 차세대 먹거리 창출의 주요 자금줄 역할을 한다. 앞으로 우리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관련기사 3면

톰슨로이터와 전미벤처캐피털협회(NVCA)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 3분기 신규 결성 벤처펀드 규모는 49억7990만달러(약 5조5000억원)다. 지난해 동기 21억6800만달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추세는 올해도 꾸준히 이어졌다. 1분기 52억1750만달러였다. 2분기에도 59억7380만달러 규모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했다. 지난해 4분기 62억2120만달러를 감안하면 4분기 연속 50억달러 안팎 대규모 펀드를 결성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펀드 결성규모가 2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거꾸로 간다. 2008년 이후 4년 연속 펀드 결성 규모 1조원을 돌파했던 국내는 올해 1조원 벽이 무너질 위기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를 보면 8월 말 기준 펀드 결성규모는 4616억원에 그쳤다. 2008년(1조1389억원) 2009년(1조4209억원) 2010년(1조5899억원) 2011년(2조2871억원) 4년 연속 1조원 이상 결성됐다.

두 나라 벤처펀드 결성 시장 차이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그루폰·판도라·링크드인·징가·페이스북 등 스마트기기 기반 기술업체가 IPO에 성공했다. 벤처캐피털에 큰돈을 안겨줬다. 홍종일 엠벤처투자 부사장은 “페이스북 등이 주가가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워낙 높은 가치로 상장해 투자자인 벤처캐피털이 상당한 수익을 챙겼다”며 “최근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가운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미국 유력 벤처캐피털로 돈이 몰려드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애플 특허전쟁에서 알 수 있듯이 벤처 보유 특허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벤처캐피털에 관심이 고조됐다.

민간 참여가 극도로 부진한 우리나라는 연기금 투자가 주춤하자 그 여파가 바로 벤처펀드 시장에 미쳤다. 지난해 각각 4000억원 이상 집행한 한국정책금융공사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올해 들어 600억원 수준으로 출자 규모를 줄였다. 모태펀드가 8월까지 1685억원을 출자하며 선방했지만 추가 투자자(LP)를 모집해야 펀드를 결성하는 만큼 벤처캐피털에는 여의치 않다. IPO시장이 얼어붙은 것도 이유다. 17일까지 올해 코스닥 상장사 수는 19개사다. 2010년과 지난해의 76개사와 63개사와 비교해 턱없이 낮다. 유일한 자금회수(Exit) 수단인 IPO시장이 막힌 것이 투자자인 벤처캐피털에 악재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전무는 “올해 펀드 결성 부진 효과는 내년과 내후년에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표】한미 양국 연도별 벤처펀드 결성 추이(단위:개,억원,100만달러)

※자료:한국벤처캐피탈협회, 톰슨로이터&NVCA(2012년은 한국은 8월 말, 미국은 9월 말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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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배·허정윤기자 joon@etnews.com